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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93장

원래 명예에 별다른 뜻이 없는 하현은 소문주라는 자리가 그리 대단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용인서가 여전히 문주이고 용문의 대소사는 문주가 관할한다. 하현은 단주 소문주일 뿐 실제로는 별로 큰 영향력이 없는 자리로 여겼다. 그런데 모든 전권을 위임하겠다니? 하현이 어안이 벙벙한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하자 용인서가 잔잔한 미소를 보이며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하현, 자네가 이 늙은이에게 응한 이상 이번에는 절대 거절할 수 없네!” “이번 일은 해외 4대 무맹과 맞서는 일이야.” “그들과 강호에서 싸우게 된 이상 용문의 역량을 빼놓고선 절대 맞설 수 없어!” “이제부터 용문의 모든 역량과 인맥은 자네를 위해 쓰겠네!” “이제 자네 몸은 자네만의 것이 아니야!” “용문을 망신시켜서야 되겠는가?” 하현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알아들었어요. 더 이상 절 설득하려고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어릿광대 몇 명 해치우는 일과 다르지 않습니다.” 때론 운용하고 싶지 않은 인맥도 있고 이상하게 받고 싶지 않은 전화도 있다. 하지만 이제 와 생각해 보니 일이 다 그렇게 되려고 그때 마침 전화가 온 모양이었다. 용인서는 하현의 말을 들으며 빙긋이 웃었다. “자, 그럼 나는 느긋하게 눈이나 비비며 자네가 어떻게 이 풍랑을 가라앉히는지 결정적인 순간만을 기다리고 있겠네.” “아이고, 하현 아냐? 아, 이제 소문주라지?” “왜? 속수무책으로 당하나 싶었는데 용인서가 이렇게 나서서 구해주니 천군만마라도 얻은 것 같아?” “설마 용인서가 이미 이빨 빠진 호랑이라는 건 모르는 거 아니지?” “이빨 빠진 호랑이가 어떻게 이번 고비에서 당신을 구해줄 수 있겠어?” 바로 그때 멀지 않은 곳에서 희미한 비아냥거림이 들려왔다. 하현의 체면은 둘째치고 용인서의 체면도 무시한 말을 마구 쏟아내고 있었다. 하현은 무의식적으로 몸을 돌렸다. 조한철이 십여 명의 화려한 옷을 입은 남녀들을 대동하고 의기양양하게 걸어 들어왔다. 그는 하현의 표정을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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