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73장
황소군의 눈꺼풀이 파르라니 떨리고 입매가 들썩거렸다.
이런 하현을 앞에 두고 도무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그는 갈피를 밟지 못했다.
그가 용문의 체면을 봐주지 않는다는 것은 완전히 용문을 향해 도발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건 황금궁 외문 제자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용문의 지위와 하현의 신분을 인정하기에는 자신의 체면이 너무 말이 아니었다.
안색이 말로 형용하지 못할 만큼 일그러진 황소군은 입을 꾹 다문 채 고개를 숙였다.
침묵도 일종의 태도를 나타내는 경우가 많다.
황소군의 표정을 보고 사람들은 모두 어안이 벙벙했다.
하현이 거침없이 던진 말에 오만방자했던 황소군이 이렇게까지 겁먹을 얼굴을 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황금궁 제자들도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들은 순식간에 진퇴양난의 국면에 빠졌다.
“용문이라는 간판이 제법 쓸모가 있나 보군.”
황소군이 입을 열지 않자 하현은 희미한 미소를 지었고 아직도 어안이 벙벙해 있는 황소군을 돌아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당신들 잘 배워 뒀지?”
“이것이 내가 당신들한테 가르쳐 준 첫 수업이야.”
“남이 나를 존중해야 나도 남을 존중하는 거야.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고.”
“누군가가 신분으로, 배경으로, 권력으로 우리를 밟으려고 해.”
“우리는 자신의 신분, 자신의 배경, 자신의 권력으로 당당히 그런 사람들에게 맞서야 돼.”
“알았어?”
남선의 눈동자에 알 수 없는 희미한 빛이 떠올랐다.
그녀는 하현을 보며 뭔가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의 마음속에 강호의 대영웅들은 모두 말 한마디가 천금 같고 칼은 천산을 뚫었다.
그런데 하현의 이미지는 그녀가 상상했던 영웅의 이미지와는 너무도 큰 차이가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하현의 말이 맞다고 생각했다.
어떤 사람들은 막무가내로 그를 짓밟으려고 할 것이다.
그러면 다른 사람이 하는 대로 밟아야 하는 것이다.
나정봉과 천심낙 두 사람은 하현을 향해 놀라움을 가득 담은 눈빛으로 우러러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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