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43장
”우리도 여러 번 호흡을 맞춰 본 셈인데 그동안 꽤 잘 맞았잖아, 응?”
“무성상업연맹 자산을 순순히 나에게 모두 돌려주고 벌주만 석 잔 마신다면 나도 이 상황에서 당신 체면 정도 못 세워 주겠어, 안 그래?”
하현은 그동안의 소회를 말하는 듯 느긋한 표정으로 용천진을 떠보았다.
“용천진, 꼭 이렇게 꼴사납게 굴어야 했어?”
“당신이 했던 제안을 곰곰이 생각해 봤어.”
용천진은 마치 하현에게 마음을 열고 성의를 가진 것처럼, 의기양양하게 발아래 천하를 둔 군주처럼 말했다.
“안타깝게도 당신이 한 가지 잊은 게 있어.”
“나 용천진이 처한 상황이 쉽지가 않아.”
“남들이 보기에 난 용 씨 가문의 유력한 후계자이고 용문 고위층의 절반의 지지를 받고 있지.”
“그렇지만 당신이 잊은 게 있어. 우리 용 씨 가문 노부인이 나한테 그다지 호감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거야!”
“지금 노부인은 용천두를 상석에 앉히지 못해서 안달이 나 있지.”
“이런 마당에 내가 무성상업연맹의 자산을 내줄 수 있겠어?”
“이것은 나의 퇴로를 스스로 끊고 노부인에게 날 칠 수 있는 절호의 찬스를 주는 거나 마찬가지 아니야?”
“나 같은 사람은 말이야. 상석에 앉을 운명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이야. 이런 내가 상석에 앉을 기회를 버린다면 차라리 죽는 게 나아!”
“그래서 여러 번 생각해 보니 당신의 비상한 머리를 빌려야 할 것 같더군.”
“아, 걱정하지 마. 내가 당신을 죽인 후에는 다음 생에는 좋은 집에서 태어날 수 있도록 기도해 줄 테니까!”
용천진은 마음을 터놓은 오랜 친구에게 말하듯 했다.
그러나 말속에 담긴 음흉한 속내는 누구라도 알 수 있었다.
하현은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용천진, 별말을 다 하는군. 내년 오늘 당신이 날 위해 기도해 줄 수 있겠어?”
“걱정하지 마. 내가 꼭 기도해 줄 테니까. 비싼 향으로 당신의 명복을 빌어 줄 테니까 저세상 가서도 안심하라고.”
하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겠어.”
“아, 한마디만 더 물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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