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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22장

”쾅!” 하현이 의식을 잃은 설은아를 데리고 떠나려고 했을 때 십여 대의 벤츠 차량들이 기세등등하게 담장을 부수고 돌진해 왔다. 살을 에는 듯한 살기가 사방에 퍼졌다. 곧 무도복을 입은 수십 명이 남자가 차에서 내리는 모습이 보였다. 그들은 하나같이 관자놀이가 불뚝 솟아 있었고 눈동자에서는 매서운 기운이 도사리고 있었다. 한눈에 딱 봐도 모두 고수의 풍모가 느껴졌다. 잠시 후 그들은 바로 흩어져서 한 손으로 설은아를 부축한 하현을 에워싸 포위했다. 용천오 뒤에 서 있던 양복 차림의 사내들도 들이닥치는 이 남자들을 보고 하나같이 굳은 얼굴이 되었다. 땅바닥에서 끊임없이 경련을 일으키던 용천오조차도 약간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시선을 고정시켰다. 그리고는 하현을 향해 비아냥거리는 눈빛을 가득 담은 채 고개를 돌렸다. 당신도 나처럼 이제 곧 죽은 목숨이라는 무언의 눈빛이었다. 하현은 눈을 가늘게 뜨고 잠자코 무도 고수들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하현이 뭐라고 말을 하기도 전에 멀리서 열두 대의 무장 헬기가 선회하며 날아오고 있었다. 무장 헬기들의 문이 열리는 순간 석궁이 등장했고 뒤이어 최신식 총이 튀어나왔다. 살기를 가득 품은 그들의 모습에 보는 사람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흉악하기 그지없는 장면이 아닐 수 없었다. 용천오의 눈동자에는 희미한 공포가 밀려왔다. 하현도 지금은 표정이 그리 밝아 보이지 않았다. 약속대로라면 지금 나오는 사람은 용천진이어야 옳았다. 용천오를 뭉개버리는 일은 용 씨 가문 사람이 해야 보기에 이치가 더 맞아 보이는 일이었다. 우웅! 멀리서 핏빛을 몰고 오듯 벤츠 차량이 매섭게 질주해 왔다. 문이 열리자 양복을 입은 네 명의 남자가 민머리 남자를 에워싸고 내렸다. 민머리 남자는 서른 살 정도에 키는 170센티미터 이쪽저쪽으로 보였지만 걸을 때마다 풍기는 아우라는 말도 못 할 지경이었다. 보석을 박은 장검을 허리에 차고 있어 더욱 귀티가 흐르고 패기 넘치는 모습이었다. 땅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섬뜩한 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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