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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77장

다음 날 아침 일찍 국술당 입구에 있던 그 트럭은 이미 다른 곳으로 옮겨졌다. 이희광은 인테리어 회사를 몇 군데 수소문해서 부서진 벽의 잔해를 얼른 치우고 가능한 한 빨리 영업을 재개할 수 있도록 힘을 쏟았다. 하현은 국술당 대청에 팔짱을 끼고 상황을 지켜보았다. 밤새 한숨도 못 이룬 모습이었다. 그는 결코 살인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지만 누군가가 계속해서 자신의 한계를 건드린다면 그로서도 더는 마음이 약해질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만약 계속 이런 식이라면 다음에 사고가 날 사람은 설은아, 설유아, 심지어는 이슬기, 왕주아, 하수진이 될 수도 있다... “형부, 어젯밤에 교통사고가 났다던데 괜찮으세요?” 방금 퇴원한 설유아가 어디서 소식을 들었는지 가장 먼저 국술당으로 찾아왔다. 그녀는 하현에게 어떻게 국술당을 손에 넣게 되었는지 다른 어떤 것도 묻지 않았다. 단지 하현이 괜찮은지 그것만 관심이 있을 뿐이었다. “걱정하지 마. 난 괜찮아.” “며칠 뒤 여기가 다 정리되고 어느 정도 꾸며지면 언니랑 모두 여기로 이사오라고 할 참이었어.” 설유아가 찾아온 것을 보니 하현은 우울했던 마음이 조금 나아졌다. “붕!” 바로 그때 갑자기 골목 입구 쪽에서 도요타 엘파 5대가 천천히 다가왔다. 차는 국술당 정문에 다다르자 한쪽으로 멈춰 섰고 검은 정장을 입은 청년 십여 명이 쏜살같이 뒤차에서 붉은색 카펫을 바닥에 쫙 깔기 시작했다. 누군가는 붉은 카펫 양쪽에 서서 검은 양산을 펼쳐 햇빛이 들지 않도록 했다. 이희광, 조남헌은 의아한 듯 이 광경을 바라보았다. 뭔가 심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졌다. 곧이어 나무 그늘 아래 멈춰 서 있던 엘파가 천천히 다가와 붉은 카펫 끝에 멈췄다. 미끄러지듯 문이 열리자 검은 양산을 든 남자들이 하나같이 엄숙한 자세를 취했다. 하현의 옆에 서 있던 설유아가 먼저 입을 열었다. “오늘 여기 여왕의 순시라도 있는 거예요?” “뭘 이렇게 떠들썩하게?” 이희광은 무슨 생각이 난 듯 미간에 살짝 주름을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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