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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64장

하현은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담담하게 말했다. “뭐 그건 나중에 따져 보기로 하지.” 살인마가 냉소적인 미소를 띠며 몸을 움직이려 하자 진주희가 뛰어들어 그에게 맞섰다. 살인마는 그 이름답게 역시 만만치 않은 상대였다. 역시 고수는 역시였다. 다른 건 몰라도 방금 덤벼든 인도인 클로에에 비하면 살인마는 훨씬 강한 상대였다. 그의 붉은 손이 번쩍거릴 때마다 매서운 기운과 피비린내가 진동했다. 피바람이 사람들을 휘몰아쳐 그대로 묻어버릴 것만 같았다. 진주희도 못지않은 실력으로 당도를 뽑아 살인마와 맞섰다. 하지만 그녀의 공세는 여전히 화려했다. 사람들의 허점을 정확히 찾아내 쉴 틈 없이 밀어붙였다. 이런 상황이 길어지자 치명적인 중상은 아니었지만 진주희도 조금 상처를 입었다. 이 모습을 본 김규민 일행은 기세등등한 얼굴로 냉소를 금치 못했다. 그들이 보기에 살인마가 진주희만 죽인다면 하현은 끝장날 것 같았다. 진주희는 정신을 가다듬고 하현의 가르침을 떠올렸다. 그녀는 무표정한 얼굴로 자신의 손에 있는 당도의 속도에 집중했다. “촹촹촹!” 칼의 그림자가 허공을 가르며 핏빛 손바닥이 번쩍거렸다. 장내는 곧 매서운 기운으로 가득했다.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뒤로 물러섰다. 몇몇 패왕파 무리들은 다른 부상자들과 브라흐마 아샴을 조심스럽게 옮겼다. 한편으로는 서로 싸울 공간을 넓히고 다른 한편으로는 하현을 더 잘 포위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지금 하현의 손은 여전히 김규민을 잡고 있었다. 그래서 패왕파 패거리들도 함부로 나서지는 못했다. 혹시라도 김규민을 다치게 하면 그야말로 낭패였다. 영지루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이 장면을 지켜보며 마음속으로 수세를 점쳐 보았다. 만약 진주희가 패하고 하현의 생사가 위험에 처한다면 법과 규칙을 무시해서라도 그녀는 사람을 보내서 손을 쓰게 할 것이다. 다만 그녀는 어릴 적부터 법과 규칙의 중요성을 배워 왔기 때문에 주도적으로 규칙을 깨뜨리려니 마음이 쉽게 움직이지 않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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