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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92장

뒷짐을 지고 냉랭한 표정으로 서 있는 하현. 그 옆에 무릎을 꿇고 있는 종인검이 있었다. 사방에선 하현을 연호하는 소리가 점점 기세를 더하며 커져 가고 있었다. 모든 집법당 제자들은 어안이 벙벙해 이것이 꿈인지 생시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지경에 빠졌다. 종인검을 무릎 꿇리는 무적의 실력에다 용문 집법당의 영패까지 손에 쥐고 나타났으니 전설 속에 떠도는 영웅이 환생한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눈앞에는 이미 당주가 결정된 것이었다. 용소설은 멍한 표정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 입이 열 개라고 해도 할 수 있는 말이 없었다. 그녀 뒤에서 방금까지 하현에게 비아냥거리며 냉소를 날리던 일행들은 눈가에 경련을 일으키며 고개를 떨구었다.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당장 들어가고픈 심정이었다. 단발머리 여자는 마음속으로 땅을 치며 후회하고 있었다. 하현에게 더 강하게 자신의 매력을 밀어붙이지 못한 것이 한스러웠다. 만약 그랬더라면 지금쯤 그녀도 그와 한 편이 이 영광의 주인공이 되어 있지 않았겠는가? “하현!” “당주 용오행을 해친 자가 바로 당신이야!” “그런 당신이 어떻게 우리 당주가 될 자격이 있어?!” 용호태 주변 측근들이 하나같이 이를 갈며 소리쳤다. 그들은 오늘 그들이 어떤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지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어떻게 해서든 하현이 상석에 앉는 것만은 막아야 했다. “맞아. 용오행이 내 손에 죽은 건 확실해.” 하현이 냉랭한 표정으로 장내를 훑어보며 입을 열었다. “그러나 용오행은 문규를 어겼어. 안팎의 적과 내통했으니 벌을 받는 건 당연한 거야!” “용문주는 집법당이 엉망진창이 되고 난장판이 된 것에 화가 나서 날 집법당에 보내 사태를 수습하게 하셨지.” “그래서 말인데, 오늘부터 본격적으로 자리에 오르려고.” “나의 원칙은 오직 하나야. 나를 따르는 자는 살고 나를 거역하는 자는 망한다는 거.” “그래서 난 오늘 밤 용호태를 기다렸던 거야.” 하현이 무덤덤한 표정으로 두 손을 뒷짐지고 용호태의 앞으로 걸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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