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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84장

하구천의 궤변을 듣고 난 하현은 눈을 가늘게 뜨며 눈꼬리를 매섭게 치켜올렸다. 오늘 하구천을 처음 만난 건 아니지만 이렇게까지 파렴치할 줄은 몰랐다. 저런 말을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내뱉다니! 하구천이 단순히 자신을 정당화하기 위해 이런 궤변을 늘어놓는 것도 꼴사나운데 하구천의 표정을 보고 있자니 그는 섬나라와 친하게 지냈고 그 사람들을 부모처럼 믿고 따랐다는 것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었다. 뻔뻔스럽기 그지없었다. 제2차 세계대전 때 피눈물을 흘렸던 대하의 역사조차 잊은 듯 부인하고 나선 것이다. 하현은 정말 도무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하구천!” 하문준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한때 자신의 아들로 입적이 될 뻔했던 항도 하 씨 가문의 인물이었다. 그런 하구천을 눈살을 찌푸리며 바라볼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이었다. “우리 항도 하 씨 가문 문규를 보면 누구도 이방인과 교류하는 것을 제지하지 않아!” “섬나라 사람과 친하게 지내면 안 된다는 규칙도 없어!” “하지만 우리 항도 하 씨 가문은 애초에 넘지 말아야 할 선을 정해 놓았지!” “그것은 바로 나라를 위해 나라의 안정을 위해 힘을 다한다는 것이야!” “우리가 외부와 교역하는 것은 확실히 우리의 발전을 위한 것이지만 또 다른 목적은 그들의 행동을 억제해서 우리 대하에서 함부로 세력을 넓히지 못하게 하는 거야!” “우리가 그들과 협력하는 가장 큰 목적은 규제를 위해서, 상생을 위해서, 우리 국민의 이익을 보장하기 위해서야!” “우리 자신의 이익은 일단 배제해 둬야 해!” “그 점을 잘 기억하고 있어?” “아니면 지난 몇 년 동안 혹시 경중이 뒤바뀐 건 아니야?” “소위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국익을 팔아넘길 수 있다면!” “우리 항도 하 씨 가문이 몇 년 동안 5대 문벌의 꼴찌였겠는가?” “난 오랫동안 항도 하 씨 가문을 장악해 왔어. 외국 세력에 아무렇게나 이익을 양보하기만 했다면 우리 항도 하 씨 가문은 벌써 5대 문벌의 실세로 올렸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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