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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76장

하구천에게 더없이 중요한 순간에 하현이 등장한 것을 두고 노부인의 마음속엔 원망과 차디찬 분노로 가득 차올랐다. 하문준을 억누를 방법이 있었더라면 하현이 이렇게 날뛰는 걸 가만히 두고 보진 않았을 것이다. 하문준 역시 이 점을 간파한 것이 분명하다. 그는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어머니, 그리고 항도 하 씨 고위층 여러분들. 결국 일이 여기까지 왔습니다. 그러니 어쨌건 결말이 나야겠죠?” “게다가 십 년 전 사건에 대해 다들 궁금한 것이 많으시잖아요?” “오늘 우리는 모든 것을 공개할 것입니다!” “한 번에 확실하게!” “모든 것을 다 말입니다!” 하문준의 말을 들은 당난영은 심호흡을 하고 억지로 냉정을 되찾으려고 애쓰며 하현을 바라보았다. “하현, 당신이 무엇을 하든 난 끝까지 당신을 지지할 거야.” 하현이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하수진과 눈빛을 교환했다. 그리고 나서 그는 텐푸 쥬시로 앞에 가서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 “오늘 당신이 잘 협조하기만 한다면, 그리고 당신이 알고 있는 것을 솔직하게 말해 준다면.” “약속대로 당신은 여기서 떠날 수 있어!” “하현, 걱정하지 마. 나한테 이런 기회를 주었으니 당연히 모든 것을 항도 하 씨 가문 사람들에게 알릴 책임이 있어.” 텐푸 쥬시로는 빙긋 웃으며 말했다. 하현이 살길을 마련해 주려고 한다는 것을 알게 된 후 그는 비록 다량의 안정제를 투여받았지만 전반적으로 꽤나 활기가 있어 보였다. 텐푸 쥬시로는 일어서서 시선을 한 바퀴 돌린 후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오늘 정말 많이들 모이셨군요.” “얼굴이 낯익은 사람도 많으시고.” “거물급 인사도 적지 않군요.” “그런데 무슨 그런 쓸데없는 말들을 많이 하십니까?” 줄곧 침착하게 냉정을 유지하던 하구천이 한 걸음 앞으로 나와 텐푸 쥬시로를 가리켰다. “당신은 섬나라 검객 텐푸 쥬시로야. 많은 사람들이 당신을 알아보는 건 두말할 나위 없지.” “하지만 섬나라 사람들에 대한 신뢰는 글쎄... 썩 좋다고 보긴 어렵지.” “길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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