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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69장

그리고 하문천과 하문준의 사람들도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며 난색을 드러내었다. 이때만큼은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심정이었다. 노부인이 완전히 작정하고 모두를 비난하는데 어찌 겁내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러나 불같이 화난 노부인의 태도를 보고 하구천 일행은 남몰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노부인이 단호하게 그들의 편에 서 주기만 한다면 하구천의 자리는 태산처럼 안정될 것이다. 연회장은 약간 어수선한 분위기가 감돌았다가 이내 서서히 평정을 되찾았다. 생일 연회에 모인 사람들은 노부인의 카리스마에 또 한 번 가슴을 쓸어내렸다. 하문준이 어렵게 만들어 낸 기회를 노부인이 이렇게 쉽게 제압할 줄은 아무도 몰랐던 것이다. 역시 노부인은 노부인이었다. 바로 그때 하문준이 한발 앞서 하현 앞을 가로막았다. 노부인은 얼굴빛이 설핏 변했고 손에 있던 지팡이를 들고 호통을 쳤다. “넷째야!” “이게 무슨 짓이냐?” “아랫사람들이 제대로 머리가 돌아가지 않아서 분란을 만들고 이렇게 우리 가문을 압박하며 가문의 백 년 역사를 무너뜨리려 하다니!” “결국 문주로서 네가 대국을 잘 주관하지 못해서 항도 하 씨 가문을 외부인에게 떠넘기려 하는 거 아니냐?” “머리가 어떻게 된 거냐?” “만약 네가 이 정도밖에 안 된다면 나도 생각을 다시 해 봐야겠다. 문주를 바꿀 수밖에.” 하문준은 심호흡을 하고 하구천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러고 나서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어머니.” “어머니의 생신에 이런 말은 정말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또 말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군요!” “내가 왜 외부인을 상석에 앉혀야 하는지 정말 이해가 안 되십니까?” 노부인은 냉랭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내가 어찌 그걸 모를 수 있겠느냐!” “네 아들이 죽었기 때문 아니냐!” “넌 대권을 뺏기고 싶지 않았겠지. 넌 구천이가 네 양자로 들어오는 것도 원하지 않았어!” “그래서 네가 이런 일을 꾸민 게 아니냐?!” “하지만 넷째야, 잘 들어라!” “구천이가 아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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