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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장

박시훈이 떠난 뒤 진세리는 거실에 앉아 얼굴을 잔뜩 찌푸렸다. 그녀는 박시훈이 이렇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명문 가문에 시집가는 것은 그녀의 오랜 꿈이고 그녀의 마음의 병이지만 명문 가문에 시집가기 위해 정말 자신을 희생해야 하는가? 그녀 주변에 이런 일을 경험한 사람이 한 사람이었다. 한참을 고민하던 진세리는 핸드폰을 가져와 절친 설은아에게 전화를 걸었다. “은아야, 너 요즘 하현하고 관계는 어때?” 진세리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바로 입을 열었다. “왜 갑자기 그런 걸 물어?” 설은아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몰라 이상하게 여겼다. 진세리는 복잡한 얼굴로 말했다. “만약에 단순히 남자랑 같이 살면 부부의 정이 생겨?” 설은아는 어리둥절했다. 진세리는 더듬거렸다. 지금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 설은아는 알았다. 최근의 일이 떠올랐다. 그녀는 탄식하며 말했다. “나도 몰라. 하지만 감정을 오래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 거 같아.” 이쯤 되자 은아의 표정은 말로 표현 할 수 없었다. 설마 하현과 서연이 데이트를 하게 된 것이 두 사람이 이래서 그런 것일까? 설마 두 사람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둘의 감정이 순리대로 풀릴 수 있을까? 이 때 진세리에 의해 은아는 깨닫게 되었다. 하지만 이해가 되었다고 해도 그녀가 적극적으로 한 걸음 나설 수 있을까? 이 역시 몹시 어려운 일이었다. 3년 동안 두 사람은 서로 손님 대하듯 지내왔는데, 여자로서 그녀가 지금 어떻게 나설 수 있겠는가? 은아는 깊은 생각에 잠겼다. 한편 세리는 뒤엉킨 얼굴로 전화를 끊고 소파에 주저 앉아 어쩔 줄 몰라 했다. …… 하엔 그룹. 박시훈은 격식을 차린 옷차림에 기품까지 더해져 경비원들도 그를 막지 않았다. 안내 데스크에 도착한 그는 데스크에 있는 젊고 아름다운 어린 여자를 아래위로 훑어본 뒤 거드름을 피우며 말했다. “이슬기씨 좀 내려와서 만나보자고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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