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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5장

하현은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이 한 잔이 수십만 원은 할 텐데 이렇게 그냥 버리면 아깝잖아, 안 그래?” “지금 술 얘기할 때야?” 하구봉은 하마터면 피를 토할 뻔했다. “방금 내가 소식을 들었는데 말이야!” “어젯밤 노부인이 당신을 24시간 안에 출국시키고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게 하라는 명령을 내리셨대!” “이제 노부인이 정한 시간까지는 열두 시간 정도 남았어!” “당신이 떠나지 않는다면...” 여기까지 말하던 하구봉의 얼굴빛은 더욱더 낭패스러워졌다. 하현은 오히려 이 상황이 흥미로운 듯했다. “만약 내가 떠나지 않으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천도가 나서겠지!” “당신이 떠나지 않는다면 노부인 휘하의 천하 제일 검객인 천도가 당신의 저승길을 배웅하겠지. 천도는 문주의 실력을 훨씬 능가하는 전설의 신이야!” “간단히 말하자면 당신이 스스로 여길 떠나지 않는다면 누군가의 배웅을 받고 죽은 채로 떠나게 된다는 거야.” “당신도 모르는 사이에 저승길을 걷고 있을 거라고.” “천도?” 하현은 웃으며 손을 뻗어 하구봉의 어깨를 툭 쳤다. “나 대신 이 소식도 좀 전해줘.” “천도인지 만도인지가 날 처단하러 온다면 좀 빨리 서둘러서 오라고 말이야.” “오늘 밤 난 다른 일이 있어서 그를 상대할 시간이 없거든.” ... 5분 후 달리는 도요타 센추리 안. 하구천은 예의 평정심을 되찾은 얼굴이었다. 오히려 맞은편에 앉아 있던 허민설이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 “하 소주, 하구봉은 항상 야심이 많았어. 그렇지 않았다면 어젯밤에 천 리를 마다않고 달려 엄청난 공을 세우려 하지도 않았을 거야.” “조심해야 해.” “지금 당장 하수진을 상대해야 하는데 뜻하지 않게 하구봉에게 칼을 맞을지도 몰라.” “게다가 오늘 하현과 당신이 맞붙는 걸 보고 하구봉이 얼마나 좋아하던지 몰라.” 하구천은 웃으며 담담하게 말했다. “하구봉이 상석에 앉고 싶어 하는 건 확실해. 그런 소심함으로 누굴 속일 수 있겠어?” “한눈에 다 알아봤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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