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98장
”뭐? 당신이 이의평이라고?”
하구봉은 어리둥절해하며 얼굴 가득 험악한 기색을 떠올렸다.
“당신은 섬나라 신당류 종주이자 일대의 검객이야. 섬나라 10대 검객 중 하나라고!”
“그런데 당신이 어떻게 ‘비명횡사'의 우두머리일 수가 있어?”
텐푸 쥬시로는 쓴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만약 내가 이의평 본인이 아니었다면 어떻게 당신들이 온 목적을 단번에 알아챘겠어?”
이 말을 듣고 하현은 얼굴을 살짝 찡그렸다.
방금 어렴풋이 눈치채긴 했었지만 텐푸 쥬시로가 자신을 이의평이라고 밝히자 여전히 약간의 의아함이 남았던 것이다.
“좋아. 당신이 이의평이라면 내가 묻는 말에 답할 수 있겠군.”
하구봉은 날카로운 눈빛에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십 년 전 문주의 아들을 죽인 사람이 당신이야?”
텐푸 쥬시로는 눈꺼풀을 살짝 움찔거리며 입을 열었다.
“당신 하구봉, 맞지?”
“내가 범인이길 바라? 아니면 아니길 바라?”
“탕!”
하구봉이 손을 들어 텐푸 쥬시로의 어깨에 총을 쐈다.
선혈이 흩날리고 텐푸 쥬시로는 죽을 듯이 끙끙거렸지만 비명은 없었다.
텐푸 쥬시로는 당연히 피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게 무슨 의미가 있으랴!
하현은 손을 쓰지 않았지만 텐푸 쥬시로는 잘 알고 있었다.
만약 자신이 반항한다면 기다리고 있는 것은 죽음뿐이라는 것을.
텐푸 쥬시로가 자신의 정체를 폭로한 이상 그는 자신이 쉽게 죽고 싶지 않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었다.
비록 조그마한 기회라도 있다면 그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생명줄을 잡고 싶었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에도 그는 아무런 반항도 하지 않은 것이다.
이런 텐푸 쥬시로의 모습을 보며 하현은 하구봉의 동작을 말리지 않고 그저 담담히 텐푸 쥬시로의 표정을 지켜보며 일생일대의 검객이 어떤 태도를 취하는지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하구봉은 또 한 번 방아쇠에 손가락을 갖다 대었다.
그리고 나서 몇 걸음 앞으로 나가 텐푸 쥬시로의 이마에 총부리를 겨누며 서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텐푸 쥬시로, 허튼수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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