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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76장

하현은 희미한 눈빛으로 눈꼬리를 가늘게 할 뿐 얼굴에 별다른 동요가 없었다. 잠시 후 그는 웃으며 말했다. “항도 하 씨 가문의 노부인은 젊었을 때 무자비한 분이라고 들었어.” “당시 항성과 도성에 반항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지만 모두 그녀에 의해 제압당했어. 들판에 시체가 널리고 그들이 흘린 피가 강을 이루었다고 했어...” “그런 일이 있긴 했었죠” 최문성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다 해묵은 옛날 일입니다. 그때의 일은 항도 하 씨 가문 문주가 오래전에 함구령을 내렸기 때문에 지금은 아는 사람도 별로 없습니다. 그저 전설로 전해질 뿐이죠.” “하지만 항도 하 씨 가문은 어마어마한 집안입니다.” “하구천이 고육지책으로 노부인을 등장시킨다면 아마 하수진 아가씨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겁니다.” 하현은 미소를 지으며 담담하게 말했다. “뭐가 두려워? 노부인의 생신을 망치려는 사람은 우리가 아니야. 우린 선량한 시민이야.” “잊었어? 동리아가 나한테 시민 표창을 하나 빚지고 있다는 걸!” “하지만 노부인이 나선다면 우리도 넷째 공주를 도와야 하지 않겠어?” “만약 넷째 공주가 노부인을 이길 수 없다면 우린 골치 아프게 될 거야...” 여기까지 말한 하현은 말머리를 돌려 얼굴에 미소를 띠었다. “우리 금의환향한 이 소주는 어때?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었어?” “난 그가 등판해서 넷째 공주를 도와 변방을 일구는 모습을 보고 싶은데 말이야.” 최문성은 하현의 말을 듣고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분부하신 대로 에어컨이 켜져 있는 방에 48시간 가둬두었습니다.” “사향 커피를 한 시간마다 갈아주는 것 외에 찬물로 두 시간에 한 번씩 잠을 깨우고 있습니다.” “에어컨은 최대 풍속으로 틀어 놓았습니다.” “거칠고 포악했던 전신이 지금 이렇게 사람 같지 않은 몰골로 초췌해졌다는 게 믿기 어려울 뿐입니다...” “얼마 안 걸릴 것 같습니다. 이 전신이 곧 바지에 오줌을 싸는 일도요...” “좋아.” 하현은 옅은 미소를 지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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