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73장
하구천의 얼굴에 원망의 빛이 살짝 스쳐 지나갔다.
그는 설마 이대로 끝나길 원하는 걸까?
절대!
그는 절대로 이대로 끝나길 원하지 않는다!
하지만 문제는 그도 지금은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증거도 없이 움직이면 오히려 상대방에게 역습을 당할 수가 있다.
다들 신중한 여우들이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때도 많다.
하백진은 잠시 말문이 막혔다.
그녀의 마음은 깊은 원망과 독기로 가득 들어찼고 절대로 이대로 화를 삼키며 물러서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하구천의 말처럼 지금 섣불리 하현과 넷째 공주를 찾아가 문제를 일으킨다면 오히려 괜한 문제를 일으키는 꼴이 될 수도 있다.
이런 일은 단순히 이치로만 따질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까딱하다가는 상대방에게 역습을 맞아 곤혹을 치를 수도 있는 것이다.
닭 한 마리 훔치려다가 손에 있는 쌀 한 줌마저 잃을 수도 있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하백진은 가슴속에 들끓었던 분노가 조금은 가라앉았고 서서히 냉정을 찾아갔다.
“설마 이 일을 정말 이대로 넘어갈 거야?”
“넌 죽을 뻔했다구! 네가 죽을 수도 있었어!”
하구천은 한숨을 내쉬며 생각에 잠겼다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고모, 이 일이 전부 쓸모없는 일이 된 건 아니에요. 지금 병원 안팎은 모두 우리 사람들이잖아요.”
“난 지금 병원에 누워 무고한 피해자인 척해야 해요.”
“그렇게 해서 한편으로는 상대의 경계심을 늦추게 하고 외세를 현혹시킬 수 있죠.”
“또 한편으로는 동정을 얻어 불쌍한 피해자의 탈을 쓸 수 있는 거예요. 우린 그 카드를 아주 잘 쓰면 되는 거구요.”
“항도 하 씨 가문 노부인이 가장 좋아하는 게 바로 이런 거 아닌가요?”
“하루에 세 번 위독하다는 소식을 노부인에게 알린다면 노부인이 가만히 있을 수 있겠어요?”
“우리가 일을 저질러 큰 손실을 입고 남에게 빌미를 주긴 했지만 그 일로 노부인은 노발대발하시며 우리 쪽에 동정을 일으키지 않을까요?”
“우리는 그 여세를 몰아 기세를 잡는 거예요.”
“대구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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