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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69장

”끼이익.” 적막을 깨고 문을 여는 소리가 울렸다. 하구천은 지하실 문을 차고 발을 들이밀었다. 기분 나쁜 매캐한 화약 냄새가 코를 찔렀다. “개자식!” 하구천은 얼굴이 일그러졌지만 뒤따라오는 부하들에게 별다른 경고의 손짓을 하지는 않았다. 지금 그의 새로운 전투 세력들은 적진을 향한 기개가 최고조에 달했다. 눈앞에 적이 나타나면 바로 번개처럼 달려들 태세였다. “펑!” 바로 그때 지하실 전체를 울리며 굉음이 들렸다. 이윽고 거대한 집채가 순식간에 폐허로 변했다. “펑펑펑!” 커다란 폭발이 연이어 터지면서 눈앞을 하얗게 만들었다. 얼마나 많은 화약이 묻혀 있었는지 가늠하기 어려울 만큼 위력이 셌다. 분기탱천하던 하구천 일행은 깜짝 놀라 혼비백산했다! 산이 흔들리고 대지가 뒤틀려 금방이라도 땅이 무너질 것 같았다. 하구천이 데리고 왔던 측근 몇 명은 그 자리에서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숨이 끊어졌다. 건물 전체가 폐허로 변해 버렸다. 하구천도 재빨리 물러나지 않았더라면 그 자리에서 송장이 되었을 것이다. 자갈이 깔려 있던 마당은 무수한 건물 잔해들이 산을 이루었고 부상당한 사람들까지 이리저리 널브러져 그야말로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얼굴에 잔해를 뒤집어쓴 하구천 일행의 얼굴은 모두 잿빛으로 변했고 몸에는 여기저기 핏자국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심지어 하구천은 온몸이 쑤시고 눈가에 경련이 일 정도로 통증이 밀려왔다. 하지만 그는 아픈 몸보다 상대의 계략에 빠졌다는 사실 때문에 더 뼈가 아리고 화가 났다. 방금 그의 동작이 1초만 늦었어도 그는 아마 지금쯤 저세상 귀신이 되었을 것이다! 어떤 의미로 싸움은 이미 승패가 가려진 꼴이 되었다. “하 소주!” 밖에 있던 십여 명의 검은 옷을 입은 사내들이 이 광경을 보고 소리를 지르며 달려왔다. 무너진 건물들을 보며 그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눈이 휘둥그레졌고 하구천이 혹여 목숨을 잃은 게 아닌 건 아닌지 절망에 가득한 얼굴이 되었다. 십여 명의 사내들은 자갈을 헤치면서 하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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