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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54장

설은아의 운전기사가 고군분투하며 차량을 빠져나가려는 순간 방금 전복된 차 안에서 금발의 파란 눈을 한 양복 차림의 서양 남자가 튀어나왔다. 충격으로 온몸을 휘청거렸지만 그들은 이내 총기를 꺼내 설은아의 운전대를 향해 총구를 겨누었다. “탕탕탕!” 미친 듯이 달리던 차는 뒤쪽 바퀴가 터지면서 움찔거렸다. 순간 설은아의 차는 바람 빠지는 풍선처럼 이리저리 몸체를 가누지 못하고 충돌하기 시작했다. 운전기사는 창백해진 얼굴로 차가 전복되지 않도록 필사적으로 핸들을 붙잡았다. 최희정은 이미 놀라서 넋이 나간 듯 눈에 흰자위가 가득한 채 금방이라도 기절할 사람 같았다. 최희정만큼은 아니었지만 설유아도 지금의 상황에 너무 놀란 나머지 얼굴이 하얘졌다. 그녀도 많은 일을 겪어 봤지만 이렇게 쫓기는 일은 처음이었다. 설은아는 요즘 목숨이 경각에 달리는 일을 너무 많이 당해서인지 이런 상황에서도 침착을 유지하며 운전기사에게 말했다. “어서 도움 요청하세요.” “그리고 문 잠그시고!” “경찰에 신고부터 하세요!” 운전기사는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 관청에 신고하는 것이 경호원으로서 창피하긴 했지만 지금은 다른 것을 돌볼 겨를이 없었다. 그는 재빨리 차 문을 잠그고 동시에 핸드폰을 꺼내 경찰서에 전화했다. 이때 밖에는 이미 예닐곱 명의 양복 차림을 한 서양인들이 재빨리 차에서 내리는 모습이 보였다. 그들의 손에는 총 외에도 특수 제작된 쇠망치가 들려 있었다. 설유아 일행이 문을 열 수 없다는 걸 알게 된 그들은 쇠망치로 창문을 내리치기 시작했다.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쇠망치질을 하는 그들은 한눈에 봐도 이런 일에 프로들인 것 같았다. 우두머리로 보이는 한 남자는 시가를 손에 쥐고는 서툰 대하말로 다가왔다. “어서 어서! 이 여자를 꼭 생포해야 해! 나머지 두 사람은 처리해 버려!” 우두머리의 말을 듣자마자 예닐곱 명의 서양인들은 더욱 속도를 높여 특수 제작된 차량 유리를 맹렬하게 부수기 시작했다. 결국 차량 앞유리에 커다란 금이 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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