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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0장

설 씨네 별장. 하현은 은행에 가서 현금 10억을 찾았다. 그가 현금이 든 비닐 봉지를 티 테이블 위에 올려 놓았을 때 희정의 눈은 모두 빨갛게 되었다. 지금 그녀는 하현을 돌아볼 겨를이 없었다. 알록달록한 지폐를 재빨리 뒤져보고, 진짜인 것이 확실해지자 그녀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증명서는? 네가 빚을 다 책임지겠다고 하지 않았어?” 고개를 들어올리며 희정이 들뜬 말투로 말했다. 하현은 이미 준비된 문서를 꺼냈다. 안에는 하현의 서명이 있었을 뿐 아니라 변호사의 서명까지 되어있었다. 20억은 하현의 개인적인 채무이며 설은아와는 무관하다는 내용이었다. 희정은 잠시 자세히 살폈고 다시 몇몇 전문 컨설턴트에게 전화를 한 뒤에 비로소 흐뭇한 미소로 증명서를 받아 들었다. 이것이 있으면 그녀는 마음 놓고 사치스러운 생활을 할 수 있었다. 이 자금이 결국 어떻게 되겠는가? 이미 그녀와 관계가 없는데. 설은아가 납득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하현을 쓸어버리면 그만이었다. “내가 이렇게 하는 게 비인간적이라고 생각해?” 설은아는 옆에서 10억은 한 번 쳐보지도 않고 하현을 보며 입을 열었다. 이전에 희정이 승낙을 한 후에 그녀는 이것이 하현에게 빚진 것처럼 보일 수 있기에 조금 후회가 되었다. 동시에 그녀는 자신이 하현을 의심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결국 여러 해 동안 그는 계속 설 씨 집안에서 불평 없이 힘든 일을 마다 하지 않았다. 설마 그가 손서연을 만나 정말 다른 일을 했을까? 은아가 입을 열자 하현은 웃으며 말했다. “네가 나한테 이렇게 물어봐 주니 기분이 좋네. 여전히 나를 아껴주는 거 같아.” “히죽거리지 마. 네가 분명하게 설명해주기 전까지 나는 너를 용서하지 않을 거야. 내 방에도 들어올 수 없어.” 설은아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하현의 웃는 얼굴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이 일을 분명하게 설명할 수 있을 때가 언제가 될지 알 수 없었다. 이 때 희정은 이미 돈을 가지고 가서 금고에 넣어 두고 구두쇠 행세를 하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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