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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장

시훈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나에게 감사할 필요 없어, 왜냐하면 당신이 지금 꺼져준다고 해도 나는 설씨 집안 사람들한테 말할 거거든. 그 사람들 집안에 도둑이 있다고, 게다가 여기 와서 내 눈을 더럽혔다고. 설씨 집안 사람들은 나에게 이 일을 해명할 수밖에 없을 거야.” “물론, 당신에게 기회를 줄 수도 있어. 무릎 꿇고 나한테 빈다면, 당신을 그냥 놓아줄게, 어때?” 하현은 태연하게 웃으며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가 아무 반응도 안 하자, 옆에 있던 동하는 약간 견딜 수가 없었다. “시훈 씨, 제정신이에요?” 동하는 여태까지 기회가 없었을 뿐이지, 본래 하현과 사이좋게 지낼 마음이 있었다. 하현을 구르미 경매 행사에 초대한 것은 조그마한 사과의 표시에 불과했다. 이전에 동하는 하현이라는 사람이 조용히 지내는 것을 좋아한다고 생각해 그저 지켜봤을 뿐이지만, 누군가 자신을 바보라고 욕하니 그는 정말 참을 수가 없었다. “나 은행장님, 이 데릴사위의 존재가 제 눈을 안 더럽히겠나요?” 시훈은 당연하다는 얼굴을 내비쳤다. 그는 동하를 알고 있었지만 자신의 뒤에 하 씨 이모라는 수도권 도시의 거물이 있어, 이 각도에서 봤을 때 그는 한낱 도시의 은행장이 우스워 보였다. 특히 지금 하현 대신 나서겠다는 모습을 한 동하가 그는 너무 싫었다. 시훈이 보기에, 자신이 여자에게 빌붙는 지경까지 이른 이유는 하현 때문이었다. 하현을 망가뜨릴 기회를 못 잡는다면, 그는 정말 숨도 쉬지 못할 것이다. 오늘 하현을 망가뜨렸고 수도권 도시에서 온 수정도 알게 되었으니, 시훈은 이 틈을 타 하 씨 이모를 벗어날 수도 있을지 모른다. 젊고 아름다운 여자에게 빌붙을 수 있다면, 그는 더 이상 애쓸 필요가 없었다. 이 생각을 하자, 시훈은 앞으로 한 걸음 나서더니 싸늘하게 동하를 주시하며 말했다. “나 은행장님, 다른 사람들은 은행장님을 무서워하지만 나는 그렇지 않아요. 좋게 말하면 은행장이고, 나쁘게 말하면 그저 하찮은 가게 사장인 셈이잖아요. 만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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