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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장

빌라 밖으로 나가자 하현이 다시 전화를 걸었다. 이번에는 전화가 빠르게 연결되었다. 맞은편 슬기의 목소리에는 미안한 기색이 역력했다. “대표님, 제가 아까 지하 주차장에 있어서 핸드폰에 신호가 안 잡혔어요.” "괜찮아요, 슬기 씨가 날 좀 데리러 와줘요." 하현은 무심하게 말했다. 어차피 오늘 저녁에는 갈 곳이 없으니 회사에 가서 좀 쉬는 편이 나았다. "네? 네, 대표님 어디 계세요, 바로 그쪽으로 가겠습니다." 슬기는 명백히도 어리둥절해 했지만 이내 재빨리 입을 열었다. 하현은 주소를 알려주고 전화를 끊었다. 10여 분 후, 붉은 페라리 한 대가 하현 옆에 멈춰서고 창문이 열렸다. 슬기는 언제 가죽 미니스커트로 갈아입었는지, 하현이 약간 부끄러워하는 걸 보고 그녀는 말했다. "대표님, 막 드라이브하러 나가려던 참이었는데 전화주셨네요. 옷을 갈아입을 겨를이 없었습니다." "괜찮아요, 개인 시간을 방해한 건 아니죠?" 하현이 물었다. "아닙니다, 아니에요. 24시간 대표님을 모시는 게 당연하죠." 슬기는 재빨리 차에서 내려 조수석으로 걸어가 하현 대신 차 문을 열어주었다. 하현은 이 광경을 보고 말문이 막혔다. 남들이 이 모습을 보면, 자신은 정말 여자에게 달라붙어 사는 것이 되었다. 곧이어, 페라리는 빠르게 시동이 걸렸고 굉음을 내며 밖으로 나갔다. 차 안에서 슬기는 두 손으로 운전대를 잡고 다소 긴장한 채 말했다. “대표님, 어디로 모실까요?” 하현은 회사에 곧장 가고 싶었지만, 문득 아까 전의 일이 생각나 말했다. "김 부장은 설 씨네에 물건을 돌려주러 갔다지만, 슬기 씨는 거기에 뭐 하러 간 거예요?" 슬기는 민망해하며 대답했다. "대표님, 김 부장님은 자기 지위가 충분히 높지 않아서 물건을 돌려준 뒤, 설 씨들이 모른 척할까 봐 저에게 가서 증인이 되어 달라고 부탁했었습니다. 김 부장님은 우리 회사 직원이고, 대표님의 대학 동기이니 거절하기 그랬습니다." "그런데 설민혁 씨는 정말 뻔뻔해요. 김 부장님에게 프러포즈하다니, 자기가 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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