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5화
“저와 태웅 씨가 결혼했다고 거짓말한 건 진심으로 사과드려요. 당시엔 충동적으로 할아버지를 속이게 됐어요. 하지만 가능하다면 더 이상 저희 일에 관여하지 않으셨으면 해요. 저와 태웅 씨는 연인부터 시작해서 자연스럽게 관계를 발전해 가고 싶어요.”
그 말이 나오자마자 양정국과 진태웅은 모두 놀라움에 눈이 커졌다.
평소 냉정하고 과묵했던 양지안이 이런 말을 사람들 앞에서 꺼낼 수 있을 만큼 용기를 냈다는 건 놀라운 일이었다. 그것은 거의 고백에 가까웠다.
진태웅은 더욱 당황했다. 솔직히 말해 그와 양지안이 단둘이 보냈던 시간은 길지 않았다. 그녀가 여러모로 괜찮은 사람이라는 생각은 했지만 두 사람 사이에 감정적 토대가 단단히 쌓였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었다.
물론 그간 많은 일들이 있었다. 할아버지의 병세 악화, 연회장에서의 사고, 그리고 오늘 은미숙과 관련된 사건까지.
아마 그런 상황 속에서 자신이 보여준 모습이 양지안의 마음을 움직였고 그래서 결혼이 아닌 연애부터 시작하자는 제안으로 이어진 것일지도 몰랐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착잡한 표정을 지었던 양정국의 얼굴에 다시금 자애로운 미소가 번졌다.
“네가 그렇게 말해주니 참 다행이다. 내가 너무 서둘렀던 것 같구나. 앞으로는 너희 일에 간섭하지 않겠다. 하지만 태웅이와 연인으로 만나고 싶다면 태웅이에게도 물어봐야겠지. 약혼은 이미 깨졌으니, 이제는 내가 너 대신 나설 수 없단다.”
양정국이 두 사람의 결혼을 바랐던 건 단순히 진씨 가문의 배경 때문이 아니었다. 그는 오직 진태웅이라는 사람 하나만 보고 판단했던 것이다.
지난 3년 동안 진태웅이 손윤서를 어떻게 대했는지를 지켜보며 자신의 손녀가 이 남자와 함께한다면 억울하거나 상처받을 일은 없을 거라고 확신이 들었다.
보수적인 집안 어른들을 설득할 방법을 고민하던 진태웅은 양지안의 말에 순간적으로 멍해졌다.
“지안 씨...”
진태웅은 지금 감정에 대해 확신이 없었다. 갑작스레 다가온 그녀의 고백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그런 그를 향해 양지안은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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