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화
문 앞에 웅크리고 있던 사람은 분명 손윤서와 똑같이 생겼지만 그녀가 아니었다.
“수진아, 네가 여길 어떻게 왔어?”
진태웅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채로 손수진을 흔들어 깨웠다.
“응?”
손수진은 잠결에 낮은 신음 소리를 내더니 정신이 몽롱한 듯 눈을 천천히 떴다.
그런데 진태웅이 눈앞에 서 있는 것을 보자 곧장 입술을 삐죽이며 한껏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집에서 뛰쳐나왔는데 갈 곳이 없어서 왔어요.”
방금까지 잠들어 있던 손수진의 나른한 분위기와 더불어 그 초라한 모습이 괜스레 사람의 연민을 자극했다.
하지만 손수진의 말이 끝나자마자 진태웅은 미간을 찌푸렸다.
“넌 또 무슨 일로 그렇게 좋은 집을 뛰쳐나온 건데? 일단 들어와.”
굳이 따져 물을 필요도,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손윤서와 집안 문제로 다퉜을 것이고 그 원인 중 하나는 분명 자신과도 관련이 있을 터였으니 말이다.
그렇게 생각하자 진태웅은 머리가 지끈거렸다.
“역시 형부는 절 길바닥에 버릴 리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손수진은 눈웃음을 짓더니 자기보다 커다란 캐리어를 질질 끌며 집 안으로 들어섰다.
“위층에 빈방 많으니까 하나 골라. 그리고 내일 아침이 되면 바로 집으로 돌아가고. 괜한 고집 부리지 마.”
“알았어요. 방은 제가 알아서 정리할게요! 형부, 잘 자요.”
혹시라도 진태웅이 마음을 바꿀까 봐 손수진은 서둘러 2층으로 뛰어 올라갔다.
그리고 아주 당연하다는 듯이 진태웅의 방 바로 옆을 선택했다.
하지만 내일 집으로 돌아갈 생각은 전혀 없었다.
이미 집 안으로 들어온 이상 진태웅이 설마 자신을 내쫓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소중한 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고 언젠가 진태웅의 마음속에서 손윤서를 완전히 지워버리고 자신이 그 자리를 대신할 거라고 결심했다.
손수진은 속으로 씩 웃으며 캐리어를 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런 그녀의 속마음을 알 리 없는 진태웅은 방으로 돌아가 간단히 씻고 곧장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 날 아침이 되자 진태웅은 평소처럼 공원으로 나갔다.
그곳에는 이미 서광수가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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