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3장
신여옥은 두 사람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몰랐기에 김여름에게 아까 일어난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강가을이 자기를 살렸다는 걸 안 김여름은 어리둥절하고 막연한 표정이었다.
한여름의 언니가 어떻게 이런 걸 알고 있는지 의문이었다. 그래도 고마운 건 고마운 거였다.
“저는... 저한테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모르겠어요...”
김여름은 지난 1년 사이에 무슨 일이 발생했는지 몰랐다. 그냥 길고 긴 꿈을 꿨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꿈에서 절망에 빠진 학생들이 하나씩 옥상에서 뛰어내리는 꿈을 꿨다.
그 눈빛을 보고 있자니 김여름은 절망에 휩싸인 듯한 느낌에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여름 씨, 영혼중의 한 겹이 옥상에 갇히는 바람에 1년이라는 시간 동안 의식이 없는 상태였어요. 처음에는 그 한 겹을 묶어둔 게 폐교 옥상에 있는 두개골의 주인이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아까 영혼을 인도하면서 발견한 게 있어요. 여름 씨의 영혼을 가둔 건 이놈이더라고요.”
강가을이 이렇게 말하며 가방에서 붉은 실로 촘촘히 묶인 제등을 꺼냈다.
신여옥은 그 실뭉치가 아까 격렬하게 흔들리던 게 떠올라 자기도 모르게 김여름의 앞을 막아섰다.
“도사님, 안에 든 게 도대체 뭔가요?”
강가을의 눈빛이 살짝 어두워지더니 김여름을 보며 이렇게 말했다.
“이 안에 갇힌 건 태어나지도 못한 채 죽은 여름 씨 아이의 원혼입니다.”
신여옥과 김여름이 일제히 경악을 금치 못하며 그 실뭉치를 바라봤다.
“그 아이의... 원혼이라고요?”
“아마 폐교에서 유산하면서 갓난아이의 혼이 옥상에 묶인 것 같아요. 게다가 그곳은 원래 학생들의 자살로 원기가 쌓인 곳이에요. 태어나지 못한 아이는 원체 원념을 많이 가지고 있죠. 그러다 옥상에 있는 원기를 흡수해 원영이 된 것이지요.”
강가을도 말하지 않은 게 있었다. 그 폐교에 누군가 원기 수집 법진을 미리 쳐두었다는 걸 말이다. 고치실이 바로 법진의 중심에 둘러싸인 두개골에서 나온 원한의 실이었다.
자살하는 학생이 끊이지 않았던 것도 건물을 에워싼 원념의 영향을 받아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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