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4장
강가을이 한씨 가문을 떠날 때, 한여름이 배원우를 좋아한다고 자랑스럽게 말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 배원우 본인도 한여름이 자신을 좋아한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도대체 누가 강가을에 대한 루머를 퍼뜨린 걸까?
배원우는 강가을의 말을 듣고 잠시 멍해졌다가, 마치 자신에게 삐친 여자친구를 보는 것처럼 흐뭇하게 미소 지었다.
“다들 아는 일이지만, 누가 말해줄 필요도 없이 난 느낄 수 있었어.”
배원우는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강가을을 보며 웃었다.
“그때의 너는 항상 내 곁에 있었잖아. 내가 어디를 가든 따라왔고, 아침밥을 사다 주고, 내 경기를 보러 오고... 네가 직접 말하지 않았어도 난 다 알고 있었어.”
강가을은 그의 말을 듣고 입꼬리가 파르르 떨렸다.
“내가 직접 말하지 않은 이유는 하나뿐이야. 난 너를 좋아하지 않았거든. 내가 왜 너를 따라다녔는지, 그 이유에 대해서는 너도 알고 싶지 않을 거야.”
강가을의 단호한 부정에 배원우는 순간적으로 당황했지만, 여전히 자신의 판단이 맞다고 생각했다.
“왜 나에 대한 감정을 부정하는 거야? 한여름 때문이야? 아니면 지금의 네 가족이 우리 사이를 허락하지 않는 거야?”
강가을은 정말 어이가 없었다. 자기애에 빠진 사람은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다는 것을 오늘 처음 두 눈으로 보게 되었다. 그래서 더 이상 배원우와 말다툼을 하고 싶지 않았다.
강가을은 차에 올랐다.
배원우가 이를 악물고 강가을을 붙잡을 방법을 고민하고 있을 때, 갑자기 차 뒷좌석 창문이 내려갔다.
배원우는 다시 얼굴을 펴고 자신감 넘치는 미소를 지으며 차 안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강가을의 차가운 시선이 그의 얼굴을 스치고 지나며 물었다.
“방금 한 변명들 생각해 내는 데 이틀은 걸렸어?”
‘한여름과 사귀기로 한 것은 나를 위해서였다고? 지어내도 어쩜 이렇게 올드한 스토리를 지어낸 걸까?’
배원우의 눈에는 잠깐의 당혹감이 스쳤다. 배원우가 이내 설명하려던 순간 강가을은 이미 천천히 창문을 올리며 운전사에게 출발하라고 지시했다.
배원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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