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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장

강가을이 송씨 가문을 어떻게 아는 건지 이수현은 의아했지만 더 캐묻지 않았다. 그의 눈짓에 차량은 해성시 남부의 고급 별장에 도착했다. 이수현의 차를 알아본 건지 송씨 가문 저택의 문이 바로 활짝 열렸다. ‘다행이다. 나 혼자 왔으면 대문도 못 들어갈 뻔했네.’ 차량에 현관 앞에 멈춰 서고 어차피 이수현은 따라들어갈 생각이 없는 것 같아 강가을은 대충 인사한 뒤 차에서 내렸다. 한편, 송씨 가문 사람들은 이수현이 왔다는 소식에 부랴부랴 달려 나왔다 낯선 여자와 그 품에 안긴 여우를 발견하곤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누구신지...” ‘어제 그 표정을 보아하니... 이 일에 강씨 가문이 엮였다는 건 알리고 싶지 않은 눈치였어.’ “한가을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굳이 송하윤을 치료해 주러 온 것이라고 말하지도 않았다. 다짜고짜 그렇게 들이댔다간 사기꾼 취급이나 당하며 쫓겨날 게 분명했으니까. “며칠 전에 우연히 할머님을 마주쳤는데 그분이 이걸 떨어트리셨더라고요. 그래서 전해 드리려고 왔습니다.” 강가을이 가방에서 청하교의 평안 부적을 건넸다. 송하윤의 오빠인 송호윤의 SNS를 뒤져보니 지난달 할머니와 함께 청하교에 갔었다는 포스팅이 있어 이를 핑계로 먼저 접근하기로 한 것이었다. 송씨 가문의 안주인인 김지애는 통통한 체격의 미인으로 한눈에 성격 좋은 사람인 게 보일 정도로 인상이 좋았다. 어린 소녀가 귀여운 여우까지 안고 있는 모습에 그녀는 더 경계하지 않았다. “그랬군요.” 그녀의 시어머니인 고선숙은 딸 송하윤이 머리를 다친 뒤로 집안 풍수가 안 좋다면서 온갖 인테리어를 바꾸더니 작년부터는 불교에 푹 빠져 손자까지 대동해 사찰을 찾곤 했고 가족들도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그녀의 마음을 이해했기에 딱히 반대하지 않았다. “정말 고마워요. 그런데 저희 어머님과 아는 사이세요?” “아, 그게...” 강가을은 입을 염과 동시에 손으로 한이쁨의 배를 살짝 꼬집었다. 시간은 거슬러 외출 전. 강가을이 한이쁨을 앉혀놓고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조금 있다가 내가 네 배를 꼬집으면 있는 힘껏 점프하는 거야. 알겠지.” 다시 지금, 그녀의 신호에 맞추어 한이쁨은 강가을의 품에서 벗어나 2층으로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어머!” “세상에!” 깜짝 놀란 김지애의 눈이 커다래지고 강가을도 짐짓 당황한 듯 그 뒤를 쫓았다. “이쁨아! 이리 와!” ‘그래. 더 빨리 뛰어. 송하윤, 그 아이한테로 가라고.’ “어?” 그리고 잠시 후, 2층에서 어린아이의 목소리가 들리고 김지애를 비롯한 고용인들이 당황하며 그 뒤를 쫓았다. 강가을 역시 김지애와 거리를 유지하며 2층으로 향했다. 복도 끝, 이쁜 공주 치마를 입은 소녀가 생글생글 웃으며 통통한 한이쁨을 향해 손을 뻗고 있었다. “하윤아!” 다급하게 소리를 지른 김지애가 성큼성큼 다가가 송하윤을 등 뒤로 숨겼다. 겉보기엔 귀여워 보이는 여우지만 언제 돌변할지 모르니 불안한 모양이었다. 그리곤 후회가 이어졌다. ‘동물까지 안고 있는 사람을... 그냥 바로 내보낼 걸 그랬어.’ “엄마! 멍멍이!” 송하윤은 약 15살쯤 되어 보였는데 젖살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미모가 굉장했다. 하지만 나이에 맞지 않게 지나치게 순수한 눈동자와 입을 열었을 때 어눌한 말투가 그녀의 정신적인 문제를 말해 주고 있었다. 한편, 강가을의 시선은 송하윤의 미간에 떠도는 검은 기운에 꽂혔다. 강가을의 표정 변화를 눈치챈 김지애는 그녀가 딸을 무시하는 거라 오해하곤 바로 표정이 굳었다. “가을 씨라고 했죠? 별일 없으면 이 아이 데리고 나가시죠.” “잠깐만요, 사모님. 이쁨아, 이리 와.” 한이쁨을 다시 품으로 부른 강가을이 송하윤에게 다가가 시선을 맞추었다. “제가 기르는 아이 때문에 많이 놀라신 것 같은데 대신 이걸 선물로 드리죠.” 부적을 건넨 강가을이 말을 이어갔다. “아가씨는 관상학적으로 온갖 복을 누리실 운명입니다. 이런 운명을 가진 이는 가슴팍에 붉은 점이 있는 게 대부분이죠. 그런데 어렸을 때 지혜 중 하나를 빼앗겨 그 점이 흐릿해졌어요. 아마 며칠 안으로 나쁜 일이 생길지도 모르니 외출은 삼가해 주세요.” 단도직입적으로 지혜가 바뀐 일을 말하려 했으나 얼굴에 모인 검은 기운이 더 급한 듯하여 건넨 말이었다. 한편, 가뜩이나 딸 일에 민감한 김지애는 처음 본 여자가 송하윤에게 대해 왈가왈부하자 기분이 확 나빠진 듯 짜증 섞인 말투로 말했다. “저기요. 누구신데 우리 딸한테 이런 저주를 하는 거죠? 하, 어머님은 어떻게 아나 했더니. 오래전부터 우릴 노린 거죠? 아직 나이도 어린 것 같으니 지금 곱게 나가면 더는 책임을 묻지 않겠지만 또 한 번만 그런 헛소리 하면 그땐 경찰 부를 거니까 각오해요!” ‘흐음, 역시 바로 안 통하네.’ 이런 상황이 처음은 아닌지라 강가을은 차분한 표정으로 일어선 뒤 부적을 복도의 캐비닛 위에 올려둔 뒤 돌아섰다. 한편, 송하윤은 한이쁨이 떠나는 게 아쉬운 지 바로 그 뒤를 쪼르르 따라갔다. “멍멍이, 엄마, 멍멍이 가.” 그 모습에 김지애의 가슴이 욱신거렸다. “저건 강아지가 아니라 여우야. 우리 하윤이 물지도 몰라. 엄마가 다른 강아지로 입양 받을게. 응?” “응. 엄마 최고야! 멍멍이 좋아!” 단순한 송하윤은 한이쁨의 존재는 까맣게 잊은 듯 밝게 웃었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픈 딸을 바라보며 김지애는 눈물을 지었다. ‘이렇게 이쁜 내 딸... 누구보다 똑똑했었는데...’ 자리에서 일어선 김지애는 캐비닛 위에 올려놓은 부적을 발견하곤 얼굴을 찡그렸다. “저건 당장 버리세요.” ‘어디서 가져온 지도 모르는 물건을 우리 하윤이한테 줄 수도 없어. 그리고 가슴에 점이 뭐? 아니지... 그러고 보면 하윤이한테 그런 점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아니야. 요즘 세상에 운명이니 뭐니 그런 게 말이나 돼? 어디서 흘려듣고 대충 때려맞춘 거겠지.’ 하지만 어딘가 찝찝한 마음에 김지애는 남편과 아들에게 차례로 전화를 걸었다. “그래, 누군가 우리 하윤이 뒤를 캐고 있는 것 같아. 한 번 제대로 알아봐.” 하지만 같은 시각, 김지애가 통화를 하는 동안 방에서 머리를 빼꼼 내민 송하윤은 조용히 방을 빠져나와 1층으로 향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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