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6장

강가을의 목소리는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고 맑아서 매우 듣기 좋았지만 내 뱉은 말은 사람들을 화들짝 놀라게 했다. 임윤정 부모님은 딸의 말을 듣더니 딸아이가 상대방을 불쾌하게 만들까 봐 급히 임윤정을 끌고 가려고 가까이 다가갔다. 하지만 이때 강가을이 한 말을 들어버렸던 것이다. 임윤정의 멍해 있는 모습을 본 임윤정의 어머니 장은영은 결국 참지 못하고 딸에게 따졌다. "윤정아! 언제 남자 친구 사귄 거야? 왜 엄마는 모르고 있었지?" 어쩐지! 딸이 대학 입시 성적이 그렇게 나쁘더라니, 알고 보니 남자 친구를 사귀는 바람에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임윤정은 강가을의 말에 깜짝 놀랐다. 뒤이어 엄마의 물음에 미간을 찌푸리면서 대답했다. "엄마, 나 이제 열여덟 살이에요. 남자 친구 사귀는 건 당연한 거 아니에요?" 이 말은 사실을 인정한 거나 다름없었다. 그때 강씨 일가는 한쪽켠에서 그 인기척을 듣더니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과거처럼 강가을의 '헛소리'를 감추려 하지 않고 궁금해하며 강가을에게 진짜인지 되물었다. 강가을의 말 한마디에 임윤정은 엄마에게 꾸지람을 들어서 기분이 언짢았다. 게다가 방금 강가을이 말한 남자 친구에게 속고 있다는 말에 더 화가 났다. "제가 남자 친구가 있다는 걸 어떻게 알았어요? 혹시 만나 본 적 있어요?" 임윤정은 강가을이 자신과 남자 친구가 함께 있는 모습을 어디서 봤기 때문에 이런 말을 하는 것으로 추측했다. 하지만 강가을은 여유롭게 임윤정을 바라보았다. "저는 윤정 씨가 저에게 남자 친구가 당신에게 무엇을 속이고 있는지 물어볼 줄 알았어요." 임윤정은 강가을이 남자 친구가 자기를 속였다는 얘기를 아직도 떠들고 있는 모습에 부모님이 말리는 것도 뿌리치고 강가을에게 달려가 눈을 부릅뜨며 따졌다. "말도 안 되는 소리예요! 제 남자 친구는 저를 속이지 않아요. 우리 사이가 얼마나 좋은데요!" 임윤정은 강가을이 기껏해야 남자 친구가 바람을 피웠다고 말할 줄 알았다. 남자 친구와 자신의 사이를 갈라놓으려고 말이다. 서로 의심하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