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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3장

강기태는 아들을 힐끗 쳐다보았다. ‘무슨 낯으로 해야 할 일이 없다고 하는 거지?’ 강현우 부서의 프로젝트 시간이 빠듯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강기태는 오늘 세 개의 회의가 더 있었는데 방금 비서에게 연락하여 모두 미뤘다. 강현우의 말대로 가을이가 집으로 돌아온 후, 그녀와 함께 제대로 된 시간을 보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강기태가 생각해도 그의 말에는 일리가 있었다. 하여 비서에게 저녁 만찬도 미루라고 했다. 헛기침한 강기태가 가을을 바라보며 온화한 얼굴로 물었다. “그래. 오늘 아빠도 시간이 있구나. 하고 싶은 건 있어?” 강가을은 두 사람이 어디서 흥이 솟아올랐는지는 이해되지 않았지만, 어릴 적부터 아빠와 오빠와 나간 적이 없다 보니 갑자기 뭘 하면서 놀아야 할지 떠오르지 않았다. 강현우는 그녀의 눈에 스친 막연함을 읽고 기사에게 먼저 운전하라고 했다. “가을이가 둘째 숙모가 골라준 치마를 그다지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것 같던데, 백화점에 가서 직접 고르며 쇼핑하는 게 어때?” 강기태가 듣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 제안 좋네.” 비록 이전에 가을에게 용돈을 줬지만, 가을이는 별로 쓰지 않는 것 같았다. 두 사람이 신나 하는 모습을 보며 강가을도 반대하지 않았다. 세 사람은 해성시에서 제일 큰 백화점으로 향했다. 강현우는 바로 그들을 이끌고 여성복 매장으로 향했다. 강기태는 딸에게 옷을 골라준 적이 없다 보니 마치 문지기처럼 뻣뻣하게 문어구에 서있었다. 반면 강현우는 거리낌 없이 열정적으로 괜찮은 옷을 골라냈고 쇼퍼에게도 어울린만한 코디를 추천받았다. 쇼핑에 능하지 않은 강가을은 그의 성화에 못 이겨 스무여 벌의 옷을 입어보았다. 외모가 이쁘고 몸매가 늘씬하다 보니 가리는 옷이 없었다. 강현우가 보기에는 무엇이든 잘 어울렸다. 옆에서 묵묵히 서 있던 강기태는 흥에 겨워 가을이를 꾸며주고 있는 강현우를 보며 참지 못하고 곁으로 왔다. “가을이는 피부가 하야니 그 색이 확실히 잘 어울리네. 이 세트도 괜찮네, 포장해 주세요. 그 세트는 기품 있어 보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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