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6장
배원우는 음풍에 얼굴을 맞았을 때 멍해졌다.
음풍에 맞은 얼굴이 아파서가 아니라 오히려 조금 차가운 것 외에는 아무런 감각이 없었다.
그는 할머니의 갑작스러운 얼굴 변화에 놀라 멍해진 것이었다.
“저는... 가을이는... 가을이는 저 좋아해요. 얼마 전에도 매일 저를 미행했어요.”
배원우는 처음으로 자기가 말주변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강가을은 배원우를 보기도 귀찮아했으며 그녀의 작고 예쁜 얼굴에는 서리만 가득했다.
최순옥은 손자의 태도를 보며 강가을이 아까 했던 말을 떠올렸다. 비록 어찌 된 영문인지는 아직 파악되지 않았지만 그저 손자가 안타까웠다.
“한씨 가문의 딸은 내 체면을 봐서, 그리고 나와 걔 할머니 사이의 관계를 봐서 너를 돌봐줬던 거야! 그런데 누가 너를 좋아한다는 거야?”
최순옥이 직설적으로 말하자 배원우는 다시 어리둥절해졌다.
“돌봐줬다고요? 할머니가... 가을이한테 부탁한 거예요?”
현실을 부인하고 싶은 배원우였지만, 차마 할머니의 말은 의심할 수 없었다.
‘강가을이 내 마음을 부인하려고 할머니까지 끌어들여 연기를 하는 건 아니겠지?’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할머니,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에요? 왜...”
배원우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죽어야 할 할머니가 환생하지 않고 왜 오히려 그를 돌봐줄 사람을 찾았는지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그리고 강가을의 능력을 보면 그녀는 도술을 깨우치고 있었다.
그런 능력자가 그를 돌보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일까?
최순옥은 손자가 충격받은 모습을 보고 차마 심하게 꾸짖지는 못하고 전에 있었던 일을 그에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최순옥은 죽은 후, 계속 신경 쓰이는 가족이 있어 줄곧 떠나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의 영혼은 계속 방에 남아 가끔 밤에 아들과 손자를 들여다보기도 했다. 비록 아들과 손자는 그녀의 존재를 알아채지 못했지만, 그녀는 몇 번이라도 더 보길 원했다.
6개월 전의 어느 날, 그녀는 손자의 몸에 왠지 음험한 살이 끼인 것 같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게다가 그것은 보통의 살이 아니라 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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