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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장

강씨 가문 3세대 중에서 나이가 가장 많은 강현우는 비교적 온화한 성격으로 항상 미소를 짓고 있는 사람이었지만 왠지 모를 포스를 가지고 있어 동생들 중 그의 말을 거스르는 이는 거의 없었다. 아니, 가끔은 부모의 말보다도 강현우의 말을 더 잘 따르기도 했다. 그러니 강우진 역시 강현우의 눈빛 한 번에 고분고분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반면 안서우는 강현우의 눈치를 슬쩍 살피다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 경비원들이 김수영을 제압했지만 상황은 생각보다 꽤 성가셨다. 대놓고 재물을 훔친 것도 아니니 경찰에 신고할 수도 없는 노릇, 부적으로 재물운을 훔쳤다는 말을 경찰에게 했다간 미친 사람 취급이나 당할 게 분명했다. 게다가 확실한 증거도 없고 말이다. 하지만 사실이 밝혀진 이상 김수영을 강씨 가문에서 계속 일하도록 둘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아가씨, 이 물건들은 어떻게 처리하면 좋을까요?” 집사가 강가을에게 물었다. 이 물건들이 이곳에 묻힌 걸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보통 사람이 아닌 것만은 분명했다. “태워버리시면 돼요.” 대답을 마친 강가을은 휴대폰을 꺼내 뭔가를 조작하기 시작했다. 곁눈질로 지켜보던 강현우는 방금 전 받은 500만 원 중 절반을 다른 계좌에게 이체하고 있는 걸 발견했으나 굳이 묻진 않았다. 이미 준 돈 어떻게 쓰든 강가을 마음이었으니까. 별장 서재, 집사는 오늘 정원에서 있었던 일을 그대로 강성진에게 보고했다. “... 그래서 화단에서 부적 같은 걸 발견했는데 그것이 저희 집안 재물운을 빼앗는 도구였다고 합니다.” 자초지종을 들은 강성진의 눈이 살짝 커졌다. “그 아이에게 그런 재주가 있었다고?” “우연일 수도 있습니다.” 잠깐 고민하던 집사가 대답했다. “CCTV 영상을 확인해 본 결과 김씨 아줌마가 화단에 부적을 묻은 건 한 달 전입니다. 아가씨 말씀대로라면 이미 재물 적으로 손실을 보았어야 하는데 대표님께서는 회사도 잘 돌아가고 있고 집안에서 잃어버린 물건도 없다고 하셨거든요.” ‘그렇다는 건 아줌마가 묻은 물건이 아무 효력도 없다는 뜻일 테니... 그냥 때려맞춘 건가?’ 집사의 말을 듣고 의미심장한 표정을 짓던 강성진이 피식 웃었다. “그냥 취미로 이것저것 알아본 모양인데 마침 맞아떨어진 모양이군. 상관없어. 그냥 하고 싶은 대로 하게 내버려둬. 그리고 아줌마는... 그 물건이 효과가 없긴 하지만 그런 마음을 먹은 것 자체가 괘씸하니 더는 우리 집에서 일하게 둘 순 없겠어.” 한편, 재물 손실이 없다는 소식을 들은 강가을은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럴 리가 없어요.” ‘조금일 뿐이지만 분명 손실이 있었어. 강씨 가문 사람들에겐 아무것도 아닌 돈이지만 아줌마에겐 큰 목돈이었을 테지.’ 같은 시각, 정말로 부적이 발견되자 자신이 너무 과격하게 반응한 게 아닌가 반성하고 있던 강우진이 바로 발끈했다. “내가 다 사기라고 했잖아요! 재물운을 훔친다니! 그런 건 들어본 적도 없어요!” 그의 말에 강가을은 조용히 경고의 시선을 보냈다. ‘애송아, 이 세상에는 네가 듣도 보도 못한 일들 투성이란다.’ 그리고 고개를 돌린 그녀가 강현우에게 말했다. “아줌마와 아들 계좌 내역을 파보면 바로 나올 거예요.” 귀찮다고 거절할 만도 했지만 강현우는 진심으로 여동생의 능력에 호기심이 일어 바로 이를 알아보도록 조치했다. 잠시 후, 계좌 내역을 알아보았다는 전화가 오고 보고 내용을 듣던 강현우의 표정이 묘하게 굳었다. 강우진과 안서우 두 사람도 호기심에 저도 모르게 귀를 쫑긋했다. 통화를 마친 강현우가 강가을에게 말했다. “대박이 난 건 맞았어. 아줌마 로또에 당첨댔대. 당첨금은 10억.” ‘그럼 그렇지.’ 강가을이 피식 웃었다. “재물운이란 보존의 법칙을 따릅니다. 아줌마가 10억을 얻었으니 이쪽에서도 그 정도 금액의 손실이 있었겠죠.” “저번 주 지사 프로젝트에 조금 문제가 생겨서 10억 정도 적자가 나긴 했었지.” 강현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보면 이런저런 일들은 있기 마련이나 크게 신경 쓰지 않았었고 강현우가 그저 넘길 일을 본사 대표인 강기태가 알 리가 없으니 재물 적 손실이 없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재물 적인 손실이라고 하니까 난 적어도 백 억대인 줄 알았지.” 강현우는 억울한 듯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 10억이라는 손실을 보았다는 말을 마치 주머니에 있던 돈 만 원이 사라진 것 정도로 얘기하는 모습에 강가을은 어이가 없었다. ‘빈부차이... 재수 없어.’ 비록 이제 강씨 가문의 일원이 되긴 했지만 질투가 샘솟는 건 마찬가지였다. “아줌마 아들이 몇 달 전 도박으로 전 재산을 날렸다네. 지난달엔 음주 운전으로 사람을 쳤다나봐. 피해자가 사망한 탓에 구치소에까지 들어갔고. 피해자 가족 측에서 합의금으로 2억을 요구했다나 봐. 그래서 이런 짓까지 벌인 것 같고.” 김수영이 모든 것을 자백한 덕분에 사실의 진상은 꽤 싱겁게 밝혀졌다. 하지만 강가을의 표정은 다시 심각해졌다. ‘사람이 죽어? 느껴지던 그 살의 기운이 그것 때문이었나?’ 그녀는 이내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사고를 낸 건 아들 쪽, 그 기운은 분명 본인이 직접 뭔가를 했을 정도의 살이었어...’ “아줌마 아들 사진 좀 볼 수 있을까요?” “그래.” 강현우는 강가을이 단 하루도 되지 않는 시간 내에 여동생으로서의 신분에 완벽히 적응하고 그에게 도움을 청하는 사실 자체에 굉장히 만족했고 곧 그녀가 원하는 사진을 보내주었다. 하지만 사진을 확대해 본 강가을의 표정은 더 어두워졌다. “아니에요. 이 관상이 아닌데.” 그리곤 아들의 사주팔자까지 얻어낸 강가을은 가방에서 동전 세 개를 꺼내 아예 그 자리에서 점을 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강우진이 코웃음을 쳤다. “하, 가지가지 한다 정말. 아예 신당이라도 차리지 그래?” 그의 말은 깔끔히 무시하고 점을 치던 강가을이 미간을 찌푸렸다. “뭔데? 뭐 누가 죽기라도 한대?” 강우진이 비아냥거렸다. ‘보통 돌팔이 점쟁이들은 이런 식으로 겁을 줘서 부적값이나 뜯어낸다지. 네가 진짜 점쟁이라고? 그럴 리가 없잖아?’ 하지만 강가을은 그는 아예 투명 인간 취급을 하고 강현우와만 대화했다. “사주팔자를 보아하니 이 남자는 백치 팔자예요. 불교에는 총 8가지 ‘지’가 있는데 전생에 업보를 많이 쌓은 자들 중 인간으로 태어나는 자들은 ‘지’ 중 하나를 잃고 태어나게 되죠. 평생 바보로 살 팔자인데 이렇게 멀쩡한 걸 보면 아줌마가 다른 방법을 써 인위적으로 정상인으로 만든 게 분명해요.” ‘이건 하늘의 뜻을 거스르는 주술이야. 정신은 멀쩡해졌을지 몰라도 수명이 줄어드는 건 물론 악인으로 자랄 가능성이 크지. 도박에 술 먹고 음주 운전까지... 이 모든 게 업보지.’ 이때 거실에서 이 상황을 지켜보던 아줌마가 강가을의 말을 듣고 눈에 띄게 흠칫했다. 분명 뭔가 알고 있긴 했지만 고용인이라는 신분 탓에 함부로 끼어들지 못하는 눈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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