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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화

다행히 경호원이 2층으로 올라오기 전에 유도경이 먼저 1층으로 내려갔다. 그는 계단에 서서 싸늘한 눈빛으로 경호원을 보고 있었다. 그 탓에 경호원들은 눈치만 살피며 올라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 “아버지,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유도경은 시선을 돌려 1층에 있는 유동민을 보더니 입을 열었다. 그의 어투와 표정엔 일말의 감정도 담겨 있지 않았다. 유동민은 그와 아주 닮은 얼굴이었다. 틀에 찍은 것처럼 똑 닮은 두 사람은 기세마저 똑 닮았다. 다만 유도경은 김희영도 닮았던지라 겉으로 보기엔 유동민보다 더 젠틀해 보였다. 물론 그와 친한 사람이라면 젠틀한 모습도 전부 유도경이 꾸며낸 모습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젠틀한 모습 뒤로 유도경에겐 유동민보다 더 흉악한 모습이 숨겨져 있었다. 유도경이 1층으로 내려오자 유동민의 표정이 눈에 띄게 어두워졌다. “그건 내가 할 말인 것 같구나. 지금 뭐 하는 거지?” 유동민은 목소리를 낮게 깔고 물었다. 비록 유하연을 언급하진 않았지만 유동민의 두 눈엔 의심과 분노로 가득 담겨 있었다. 아버지의 질책에도 유도경은 아무런 감정도 드러내지 않았다. 그저 한결같은 모습으로 공손히 말했다. “뭔가 오해를 하고 오신 것 같네요. 아버지, 전 그냥 하연이한테 할 말이 있어서 온 것뿐이에요. 여기서 잘 지내고 있으니까 아버지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아니, 난 하연이를 데리고 갈 거다.” 유동민은 목소리를 낮게 깔고 계속 말을 이었다. “그러니 날 막지 말아라.” “그건 제가 할 수 없을 것 같네요.” 유도경은 망설임도 없이 말했다. 유동민의 안색이 눈에 띄게 어두워졌음에도 그는 우뚝 서서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아버지도 하연이와 채린이 사이가 좋지 않다는 걸 아시잖아요. 두 사람이 계속 한 지붕 아래서 산다면 불필요한 다툼만 늘어나겠죠. 그러니 차라리 따로 떨어져 살게 하는 게 더 나아요.” “내 앞에서 그런 헛소리를 하지 말아라.” 유동민은 쉽게 넘어가 줄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차갑게 픽 웃으며 말했다. “왜, 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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