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장
허유정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진짜 대표님이라면 자신과 같은 집안을 쳐다볼 리가 없었고 맞선 볼 일은 더더욱 없었다.
허유정 엄마와 언니는 안심했다. 허유정 엄마는 또 사위를 칭찬하며 허유정한테 말했다.
"유정아, 나중에 사위 괴롭히면 안 돼, 정호가 공사장에서 일해서 아주 힘드니까 네가 많이 이해해."
"엄마, 다들 딸이 사위한테 괴롭힘당할까 봐 걱정하는데, 엄마는 아주 반대네, 내가 남편을 때릴 그럴 여자로 보여?"
허유정 엄마는 허유정의 어깨를 내리쳤다.
"엄마도 당부도 못 해? 됐어, 별일 없으니까 너 정호랑 두 애들 데리고 환경도 익힐 겸 밖에서 두 바퀴 돌다 와."
"날이 어두워졌는데 돌기는 무슨."
중얼거리던 허유정은 엄마가 또 때리려고 하자 얼른 도망갔다.
작은 딸의 모습을 보며 허유정 엄마는 큰딸한테 말했다.
"유정이가 큰일을 해결했으니 내가 시름 놓아도 되겠어. 걔가 지금 생활에 희망이 가득하니까 그 일은 아마 내려놓을 수 있겠지."
말투에는 허유정에 대한 안타까움이 가득했다.
허유정 언니는 엄마를 위로하며 말했다.
"그 일이 유정이한테 충격이 아주 커, 걔가 제일 좋아하던 원예 디자인도 포기했잖아. 하지만 유정이가 강하고 낙관적인 아이라 진작에 괜찮아졌을 거야."
"유정이 작품을 훔치고 모함까지 한 그 사람은 자기 능력이 없으니까 언젠가 천벌 받을 거야."
"사부가 부모님과 같다고 했는데, 유정이 사부는..."
허유정은 엄마랑 언니가 방에서 무슨 얘기를 나누는지 몰랐다. 그녀가 방에서 나오자 김정호가 여전히 친척들과 재미있게 얘기를 나누는 걸 보았고 두 아이도 아주 조용히 그의 옆에 앉아 있었다.
허유정이 나오자 허유정 아빠가 그녀한테 말했다.
"유정아, 너 정호랑 두 애들 데리고 소화할 겸 광장에서 산책이나 해."
허씨 저택에서 멀지 않은 곳에 마을의 문화 광장이 있었는데 그곳에는 운동하는 설비들도 있었고 기다란 문화 복도랑, 농구장, 마을 도서관, 그리고 어장도 있었다. 어장은 마을 전체의 것이었고 치어도 많이 넣었기에 매년 설을 보낼 때면 마을 간부가 앞장서서 물고기를 잡아 매집마다 몇 마리씩 가져다주었다.
마을 옆에는 아이들이 떨어지지 않게 울타리로 주위를 둘러쌌다. 주위에는 버드나무가 있었는데 그 밑에는 기다란 돌의자가 여러 개가 있었는데 마을 주민들이 나무 밑에서 담소를 나누기에 아주 좋았다.
'역시 부부라 생각도 똑같네.'
허유정은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서월아, 서윤아, 자, 엄마가 근처에 있는 광장에 데려다줄게."
허유정은 두 아이를 불렀고 두 아이도 아주 기뻐하며 김정호 옆에서 일어나 좋아하며 허유정한테로 뛰어갔다.
김정호도 어른들한테 인사하고 따라 나갔다.
신선한 조합의 네 가족이 나가자 집에 있던 친척들이 말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모두 김정호가 아주 마음에 들었고 공사장에서 출근한다고 해도 그 소양이며, 기질이며, 하는 말이며 아주 그들을 굴복하게 했다.
하지만 친척들이 유일하게 안타까워하는 게 바로 허유정이 결혼해서 새엄마가 되는 것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두 아이가 김정호의 친자식이 아니라는 거였다.
문화 광장에 도착하자 김정호는 광장을 둘러보고 허유정한테 말했다.
"마을의 문화 광장이 참 잘 좋네요, 지금 사람들이 시골에 와서 사는 걸 좋아한다더니, 지금 시골을 아주 잘 개조했네요."
시골에도 고층 건물들이 가득한 걸로 보아 시골 주민들의 생활 수준이 아주 높은 것 같았다.
"새로운 시골을 건설하잖아요. 촌민 위원회 옆에 삼림 공원도 있어요. 지금 시간이 늦어서 거긴 안 데리고 갈게요, 모기한테 물리기 일수예요. 삼림 공원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장미밭이랑 포도밭이 있어요."
부부는 두 아이를 데리고 운동하는 시설로 갔고 두 아이들은 놀고 있었고 부부는 돌의자에 앉았다.
"유정 씨."
김정호는 허씨 집안 사람들처럼 그녀의 이름을 부르고 머리를 돌려 웃으면서 와이프를 보며 말했다.
"집안 사람들이 절 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아요?"
허유정은 아주 솔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빠 엄마가 정호 씨를 보고는 친딸이 있는 걸 까먹을 정도였으니 아주 마음에 들어 하죠."
"하지만 집안 사람들이 정호 씨가 기질이 너무 좋아서 공사장에 출근하는 걸 믿지 않아요. 정장으로 갈아입으니 완전 다른 사람 같아요."
김정호는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사람은 꾸며야 한다잖아요. 누구든 정장을 입으면 평소랑 다를 겁니다."
'장인이랑 장모님이 눈이 아주 매섭네.'
다행히도 그가 대연 그룹 대표라는 게 누구나 다 알 정도로 유명하지 않았기에 그가 진짜 신분을 속이고 가난한 사위인 척할 수 있었다.
허유정은 웃으며 말했다.
"저도 그렇게 말했어요, 제 아빠랑 엄마가 제가 사기당할까 봐 그런 거예요. 정호 씨, 아빠 엄마가 그런 생각하는 걸 탓하지 마세요. 제가 그때 안경을 떨어뜨려서 사람을 잘 못 보고 맞선을 잘 못 보고 초고속 결혼을 잘 못 한 탓이에요."
물론, 그녀는 전혀 후회하지 않았다.
김정호가 있으니 그녀는 드디어 잔소리를 듣지 않아도 되었다.
김정호도 이해한다고 했다.
"참, 정호 씨, 며칠에 한 번 휴식해요?"
김정호가 일이 아주 바쁘면 그녀는 편하게 살 수 있었다. 그녀는 언니처럼 집에서 남편과 자식을 보살피면서 남편한테 돈 달라고 하고 싶지 않았다.
"보통은 한 개 공정을 다 하고 다른 공정을 받기 전까지 휴식할 수 있어요. 평소에 휴식할 시간이 아주 적어요. 공사장이 어디 있을지도 미지수고요. 지금은 광주 호텔 근처에 있지만 다음에는 다른 도시에 가야 할 수도 있어요."
그 말을 들은 허유정은 웃고 싶었지만 김정호가 다르게 생각할까 봐 겨우 웃음을 참고 말했다.
"저희 아빠도 전에 그 일을 했는데 아주 오래 걸려야 집에 왔었어요."
"올해는 괜찮아요, 모두 광주에 있는 일들입니다. 지금 광주 호텔 근처에 있는 공사장도 올해 말까지는 할 겁니다."
허유정은 말문이 막혔다.
'나 너무 일찍 좋아한 거야?'
"혹시 제가 집에 자주 안 오길 바라는 겁니까?"
김정호가 어떤 사람인데? 대연 그룹의 세대주 대표이고, 대연 그룹은 광주의 제일 그룹이고, 계열사가 아주 많고, 많은 업계에 엮여 있고 직원만 몇만 명이 있었다.
그런 그가 허유정의 마음을 못 알아볼까?
허유정은 부정했다.
"아니요, 그럴 리가요, 매일 집에 왔으면 좋겠어요, 우리가 서로 같이할 시간이 많아지고 서로 익숙해져서 감정을 배양하잖아요."
김정호는 웃음을 머금고 그녀를 쳐다보았다.
"걱정 마세요, 제가 꼭 만족시켜 줄게요."
허유정은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내가 내 발등을 찍은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