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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장

김정우는 고개를 번쩍 들고 뒤로 돌았지만 아쉽게도 허유정은 이미 멀리 간 뒤였다. ‘막내가 한 말이 사실이었다니! 형이 결혼을 했다니!’ 그는 갑작스러운 상황에 충격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다. 김정호는 동생에게 가까이 다가가서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앞으로 나 봐도 모르는 척하고 지나가. 그리고 아랫사람들한테도 입단속 시켜. 나만 보면 도련님이라고 부르지 말라고. 지금 들키면 이혼각이야. 이혼하면 다 네 잘못으로 칠 거야.” 말을 마친 그는 동생의 반응도 보지 않고 매몰차게 뒤돌아서 아내를 뒤따라갔다. “둘째 도련님, 조금 전 지나간 분 큰 도련님 아니세요?” 호텔 지배인의 조심스러운 질문에 김정우가 답했다. “아니야. 사람 잘못 봤어. 형이랑 비슷하게 생긴 사람일 뿐이야.” 지배인은 아리송한 얼굴로 입을 다물었다. 한편, 심가은은 동창들을 다 수용할 수 있을 정도의 파티룸을 예약했다. 허유정과 임효진이 안으로 들어갔을 때, 심가은 패거리가 심가은을 둘러싸고 그녀를 띄워주고 있었다. 심가은도 온갖 칭찬에 도취해 입이 찢어지게 웃고 있었다. 그녀는 유명 브랜드의 하얀색 드레스를 입고 반짝이는 액세서리를 착용했다. 심가은이 하고 나왔으니 당연히 값이 싸지는 않을 것이다. 그녀는 오늘 작정이라도 한 것처럼 머리부터 발끝까지 명품으로 치장했다. “가은아, 드레스 너무 예쁘다. 엄청 비싼 거지?” 허유정은 여자 동창들이 부러운 눈으로 심가은을 바라보고 가격을 묻는 모습에 고개를 저었다. 동창회 오는데 비싼 드레스까지 입고 오다니, 솔직히 이해할 수 없었다. 심가은은 심드렁한 얼굴로 대꾸했다. “그렇게 비싼 건 아니고. 천만 원대였나? 내 드레스 중에는 가장 싼 거야.” 심가은은 상류층 비즈니스 파티에 종종 참석하기에 비싼 드레스를 많이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평소에는 아까워서 입고 다니지도 않았다. 동창들의 가정형편은 대부분 좋은 편에 속했다. 물론 그들 중에서도 심가은네 집이 가장 부자인 건 사실이었다. “천만 원대 드레스가 안 비싸? 내가 입고 있는 옷 겨우 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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