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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장

김정호는 낯빛이 어두워졌다. '오전에 혼인 신고했는데 저녁이 되니까 못 알아보는 거야?' '이 와이프 건망증이 심한 거 아니야?" 수양이 놓은 김정호는 겨우 성질을 죽이고 잘생긴 얼굴로 환하게 웃으며 허유정을 보며 말했다. "맞아요." 안경을 써서야 김정호의 얼굴을 똑똑히 보았다. 그녀는 조금 전 한 말이 조금 상처였다는 걸 인식하고는 얼른 말했다. "김정호 씨, 저희가 맞선 볼 때 제가 안경을 하고 있지 않아서 잘 보지 못했어요, 잘못 알아볼까 봐 확인한 겁니다." 그녀는 웃으며 김정호를 칭찬했다. "김정호 씨가 이렇게 멋있는 남자일 줄은 생각도 못 했네요. 마치 TV에 나오는 연예인 같아요, 김정호 씨처럼 이렇게 잘생긴 남자를 본 적이 없어요, 제가 아주 보배를 주운 것 같네요." 김정호는 그저 웃어 보였다. 아직 익숙하지 않아 서로 대면하기에 어색했다. "두 아이인가 보네요." 허유정은 바로 두 아이한테서 시선을 돌렸다. 진서월이 갑자기 다가가더니 두 손으로 허유정의 다리를 잡고는 깜찍한 얼굴을 들고 큰 눈을 반짝이며 달달한 목소리로 허유정한테 말했다. "엄마." 예쁜 여자애를 본 허유정은 완전히 저항력을 잃었고 진서월의 부름에 마음이 녹는 것 같아 바로 허리를 숙여 진서월을 안아 올리고 웃으며 말했다. "애기야, 또 엄마라고 해봐." "엄마." 진서월은 더 달달하게 불렀다. 허유정은 기뻐서 그녀의 새하얀 작은 얼굴에 연속 뽀뽀를 했다. "애기야, 너 이름이 뭐야?" "엄마, 난 진서월이야, 우리 오빠는 진서윤이야. 엄마, 나 엄마 너무 좋아." 진서월은 두 손으로 허유정의 어깨를 감싸고는 나긋하고 달달하게 말했는데 허유정은 그 계집애 때문에 아주 녹아버렸다. 김정호 부자는 진서월의 행동을 보며 진서월을 "익살쟁이"라고 생각했다. 진서월은 원래는 연기였지만 허유정한테 안기고 나서는 허유정의 품이 아빠처럼 따듯하고 안전감이 있었고 엄마의 느낌이 나는 것 같았다. 그녀는 진심으로 허유정이라는 엄마가 좋았다. "엄마도 우리 애기가 좋아, 사진보다 더 귀엽고 더 예쁘네." 허유정은 10개월 동안 임신하지 않고, 아이 낳는 고통도 없이, 이렇게 귀여운 두 아이를 얻게 되어 정말 초고속 결혼을 잘한 것 같았다. 김정호는 할 말을 잃었다. '역시 내가 알아본 여자야, 생각하는 게 남들과 완전히 달라." 다른 여자들은 모두 새엄마를 하기 싫어했지만 그녀는 아주 기뻐했다. "김정호 씨, 제가 아직도 한참 일 봐야 하는데 혹시 과수원에서 기다려줄 수 있어요?" 진서월을 안고 있었지만 허유정은 남편과 아들도 무시하지 않았다. "그래요." 허유정은 진서월을 안고 안으로 들어가면서 말했다. "서월아, 엄마가 리치 따 줄까?" "응, 고마워 엄마." "착하네!" 허유정은 참지 못하고 또 진서월의 부드러운 얼굴에 뽀뽀했고 진서월도 그녀한테 뽀뽀했다. 모녀 사이는 그렇게 서로 가까워졌고 정말 친모녀 같았다. "김정호 씨, 뭘 이렇게 많이 사 왔어요?" 허유정은 다른 한 손으로 김정호를 도와 물건을 가지려고 했지만 김정호가 괜찮다고 했고 그녀도 더 강요하지 않았다. 김정호가 부끄러워하며 말했다. "부모님을 뵙는데 빈손으로 오면 안 되죠." 허유정은 그저 웃고느 더 말하지 않았다. '김정호 씨가 부모님을 만나는 걸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네. 옷도 정장으로 바꿔입고, 비록 공사장에서 현장 뛰지만, 정장을 입으니까 전혀 어색하지 않고 멋있고 세련됐어. 엄마가 정호 씨를 보면 아주 기뻐서 난리겠네.' 다른 사람들은 공사장에서 일하면 피부가 모두 타서 까맣지만 김정호는 아주 하얬고 완전히 현장을 뛰는 사람 같지 않았다. 과수원에는 허유정과 직원들이 평소 사는 작은 집들이 있었는데, 그녀는 김정호와 두 아이를 자기가 있는 곳에 들여보내며 김정호한테 말했다. "정호 씨, 여기서 잠시만 기다리세요, 제가 빨리 마칠게요." 그녀는 방 안의 불을 켜고 또 나가서 리치를 한 광주리 따서 작은 테이블에 놓으며 웃으면서 아이들한테 리치를 먹으라고 했다. "가서 일 봐요." 김정호가 다정하게 말했다. 허유정도 뭐라 하지 않았다. 이미 부부가 되었고 남도 아니어서 예의를 갖추면 더 멀어 보이는 것 같았다. 그녀는 두 아이의 볼을 만지고는 뒤돌아 나갔고 계속 과일 구매하는 상인과 수를 세었다. 그녀가 가자 김정호는 두 아이에게 리치 두 개씩 주며 말했다. "리치가 칼로리가 높아서 맛만 보면 돼, 너무 많이 먹지 마." 그러면서 아들한테 물었다. "서윤아, 엄마 어떤 거 같아?" "엄마의 품에서 엄마 냄새가 나, 아빠, 난 엄마가 좋아." 김정호가 웃으며 말했다. "너 연기 아니었네." 진서월은 진지하게 말했다. "나 정말 엄마가 좋아, 엄마가 있는 느낌이 너무 좋아." 그녀가 아직 어려서 아는 단어가 많지 않아 자기가 좋아하는 마음을 더 좋은 단어로 표달할 수 없었다. "엄마의 미소가 왜인지..." 진서윤은 머리를 갸웃거리며 어떤 단어로 말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는데 김정호가 아들을 대신해 말했다. "편안한 느낌이 들지?" 진서윤은 강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바로 편안함이야.' 엄마의 미소는 아주 편안했고 진실된 느낌이었다. 아빠 앞에서 남매한테 잘하다가 아빠가 없으면 두 남매를 싫어하면서, 친할아버지 할머니한테 안 가고, 진씨 가문에 안 가고, 김씨 가문에서 장손 자리를 차지한다던 그 누나들과는 달랐다. 남매가 나이가 어렸지만 누가 진심인지는 알 수 있었다. "그럼 너희 둘은 의견 없는 거지?" 남매는 모두 고개를 저었다. '의견 없어, 이 엄마 가질 거야.' 김정호는 웃으며 두 아이의 머리를 만졌다. 허유정은 세 사람을 오래 기다리게 하지 않았고 빨리 개수를 세고 돈을 받고 나서 얼른 방으로 돌아와 남편과 아들딸한테 말했다. "정호 씨, 가요, 집에 데려다줄게요. 저희 엄마가 정호 씨랑 애들이 오는 걸 알고, 오후부터 풍성한 저녁 차리겠다고 준비했어요." 그녀는 다가와 자연스럽게 진서월을 안고 진서윤의 손을 잡았다. 김정호는 선물들을 가득 안고는 그녀를 따라 집을 나섰다. 문 앞에는 픽업트럭이 있었고 허유정은 뒷문을 열어 두 아이를 안아 올리고는 김정호한테 말했다. "정호 씨, 물건은 뒤에 놓으세요, 힘들게 안 들어도 돼요." 김정호는 묵묵히 산 선물들을 트럭에 실었다. 그가 선물을 다 놓자, 허유정이 이미 운전석에 앉았고, 그는 허유정을 보며 멈칫했지만 아무 말하지 않고 묵묵히 조수석에 앉았다. 그가 운전하고 싶었지만 와이프가 행동이 너무 빨라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두 아이는 픽업트럭에 처음 앉았고, 평소 그들이 타는 차보다 편안하지 않았지만 아빠의 말을 명심했기에, 아빠가 돈이 많다는 사실을 들킬까 봐 남매도 아빠처럼 침묵했고 아무 말 하지 않았다. 처음 사람을 속이는 거였고, 그것도 아빠를 도와 엄마를 속이는 거였기에 두 아니는 부담이 아주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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