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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장

"그 일은 만나서 저녁에 다시 얘기하죠." 허유정은 알겠다고 했다. "별일 없으면 이렇게 해요, 저 일 봐야 해요." "네." 허유정이 전화를 끊었다. 김정호가 여전히 전화를 빤히 보고 있었는데 민지훈이 들어왔을 때, 바로 자기 대표님이 깊은 고민에 빠져 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휴대폰을 빤히 보면 뭐가 나와요?" 민지훈은 비꼬고는 바로 허유정의 자료를 김정호 앞에 건네며 말했다. "한 시간 안에 해결했어요, 자, 보너스 잊지 마세요. 저처럼 효율 있는 직원을 얼마나 많은 사람이 탐내는 줄 알아요?" 민지훈의 "날 소중히 대해요"라는 모습에 김정호는 그를 흘겨보았다. 김정호는 허유정의 자료를 보며 말했다. "내가 주는 보너스가 적어?" 그의 총괄 비서이자 조력자로서 민지훈은 대연 그룹에서 김정호 다음으로 권력이 있었고 연봉도 같은 업계에서 제일 높았다. "내일이랑 모레 내가 회사에 없어, 급하게 처리할 서류가 있으면 오늘 다 가져와." "어디 가요? 출장?" "내가 대표야 아니면 네가 대표야? 내가 어디 가든 모두 너한테 말해야 해?" 민지훈은 입을 삐죽거리며 말했다. "여자 찾으러 가는 걸 내가 모를 줄 알아요?" "혀가 너무 기네, 내가 베어줄까?" "감사하지만, 됐네요." 김정호가 머리를 들어 그를 쳐다보자 민지훈이 얼른 말했다. "제가 지금 당장 뒹굴어 나가 일할게요." "뒹굴지 말고 걸어가. 이렇게 큰 사람이 뒹굴어 나가면 내 비서들이 놀라서 죽겠네." 민지훈은 말문이 막혔고 한참 지나서 앉았다. "대표님, 공적으로는 우리가 대표랑 부하 직원이지만 사적으로는 좋은 친구잖아요, 저도 걱정해서 그러는 거예요. 어떻게 된 일인지 알려주면 안 돼요? 안 알려주니까 호기심 때문에 일도 못 하고 계속 추측하게 되잖아요." "허유정 씨가 내 두 아이 엄마야." "친엄마요?" 김정호가 또 흘겨보자 민지훈은 바로 말을 바꾸었다. "정말 두 아이한테 엄마를 찾아주려는 거예요? 친엄마가 죽지도 않았는데, 사람을 시켜 알아보면 되잖아요, 굳이 왜 엄마를 찾아줘요?" 두 아이의 친엄마 얘기가 나오자 김정호는 낯빛이 바로 어두워졌다. "내 앞에서 애들 친엄마 말하지 마!" 두 아이의 친엄마가 무슨 일을 했는지 잘 알기에 민지훈은 사과했다. "죄송해요, 제가 최대한 말 안 할게요. 서윤이랑 서월이가 엄마 필요하대요? 유치원에 가서 다른 친구들은 아빠 엄마가 다 있는데, 자기들은 아빠만 있고 엄마가 없으니까 물어보는 것도 당연한 거죠." "잠깐만, 그러니까 허유정 씨가 와이프라는 거예요?" 허유정이 김정호의 와이프가 되어야 두 아이의 엄마가 될 수 있었다. 김정호는 민지훈을 바보 보듯 바라보았다. 민지훈은 할 말을 잃었고 믿어지지 않았다. 민정훈은 김정호한테서 서류를 가져오고는 휴대폰을 꺼내 자료에 있는 허유정의 사진을 찍으면서 말했다. "이건 이분의 평소 사진이에요, 대표님이 보내 준 것보다 훨씬 뚜렷해요, 잘 기억해야겠네요, 저희 대표 사모님이잖아요." 김정호는 말리지 않았다. 허유정의 평소 사진은 아주 자유로워 보였기에 그한테 아주 편안한 느낌을 주었는데 안경이 조금 큰 것 같았다. "이 일은 비밀로 해, 당분간은 공개할 생각이 없어." 김정호와 허유정은 초고속 결혼을 했기에 서로에 대해 잘 몰랐다. 서로에 대해 잘 알아야 공개할 생각이었다. "그리고, 광주 호텔 근처에 있는 공사장에 자리를 안배해서 이름만 걸어둬." '하려면 제대로 해야 해.' '허유정 씨가 안 물어본다고 해서 허씨 집안 사람들이 안 물어보는 건 아니잖아?' '허유정 씨가 내가 공사장에서 일한다고 생각하니까 그냥 이름만 걸어놓고 허씨 집안 사람들이 사위가 공사장 노동자라는 걸 알게 하면 돼.' "알겠어요." 민지훈은 호기심을 채웠기에 더 말하지 않고 대표님이 시키는 대로 하러 갔다. ... 망우촌은 허유정이 있는 마을이었다. 마을에 있는 높은 산이 멀리서 보면 소처럼 보였고 마을에서 그 산을 모두 볼 수 있었기에 망우촌이라고 이름 지었다. 김정호는 친구 민지훈의 말을 들어야 했고 허유정은 그녀의 어마마마의 말을 들어야 했다. "사진 챙기라고 했는데 안 듣고, 안경 더 맞춰서 가지고 다니라고 했는데도 안 듣더니, 이것 봐, 사람 잘못 알아서 맞선 잘못 보고는, 겂도 없이 바로 혼인 신고하다니. 너 정말... 화나 미치겠네!" 허유정 엄마는 커다란 리치 나무 밑에서 두 손을 허리에 짚고 나무 위에 있는 작은딸을 보며 욕하고 있었다. 누군가가 들으면 창피했기에 낮은 소리로 욕해야 했다. 분명 이를 바득바득 갈고 있었지만 하필 소리가 크지 않아 위력이 없어 보였다. 허유정이 아래로 리치를 던지자 민첩한 허유정 엄마는 그 리치들을 받고 또 욕했다. "함부로 던지지 마, 바닥에 던져 부서지잖아. 이 정도면 한 근은 되는데, 지금 리치가 갓 시장에 유통돼서 아주 비싸, 한 근에 4천 원이 넘어." 허유정이 키우는 리치는 두 가지가 있었다. 하나는 일찍 성숙하는 거였고 다른 하나는 늦게 성숙하는 거였다. 일찍 성숙하는 건 지금 시장에 유통되어 선점을 취해 값이 높았다. 늦게 성숙하는 건, 다른 사람들한테 없지만 그녀한테 있었기에 여전히 값을 높에 부를 수 있었다. 장사는 바로 그런 거였다. 다른 사람이 없을 때 나한테 있고, 다른 사람한테 있으면 내게 질이 제일 좋고, 다른 사람의 것이 질이 좋으면 내가 특별하고, 다른 사람의 것이 특별하면 다른 길로 가는 거였다. "엄마, 신선한 거 줄게." 허유정 엄마는 바로 리치를 받아먹으면서 말했다. "초고속 결혼은 그렇다고 쳐도, 사위를 데리고 왔어야지. 엄마가 너보다 많이 겪어봐서 사람 보는 눈이 너보다 좋아, 네가 사기당했는지 봐줘야지." "엄마, 걱정 마, 사위 어디 안 가. 오후에 두 아이를 픽업해서 올 거야. 지금 가서 닭이랑 오리 잡아도 돼, 마트에 가서 애들 좋아하는 음식도 사서 외손주들한테 줘." 허유정 엄마는 할 말을 잃었다. 그들이 너무 재촉해서 작은 딸이 사위뿐만 아니라 두 외손주까지 데려온 것이었다. "내가 네 아빠한테 가서 알아보라고 했어. 만약 공사장에 김정호라는 사람이 없으면 네가 사기당한 거야." "날 속이지 않았다고 믿어." 허유정은 김정호가 좋은 사람이라고 느껴졌고 자기를 속이지 않을거라 생각했다. '내가 완전 예쁘게 생긴 절세미인도 아니고, 빚도 수억이 있는데 날 왜 속이겠어? 내가 빚이 있는 게 마음에 들었을 수는 없잖아?' "오후에 정말 온대?" 허유정 엄마는 얼른 휴대폰을 꺼내 시간을 보았는데 이미 오후가 되었다. "내가 얼른 가서, 네 할아버지한테 물 끓이고 닭 잡으라고 해야겠어, 가서 채소도 사야겠어, 과일은 네가 과수원에서 가지고 와." 허유정 엄마는 딸이 초고속 결혼을 했다고 욕했지만 사위가 저녁에 만나러 온다고 하니까 바로 욕하지 않고 부리나케 집으로 달려갔고 사위한테 풍성한 저녁을 준비해 주려고 했다. 허유정은 혼자 중얼거렸다. "결혼 안 하니까 매일 잔소리해서 조용할 날이 없더니, 결혼했는데도 계속 잔소리가 많아 조용하지 않네." 다행히 엄마를 보냈으니 망정이지 안 그러면 그녀는 엄마의 잔소리에 머리가 어지러워 나무에서 떨어질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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