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장
허유정은 뒤돌아 망고를 따러 갔고 임효진도 당연히 따라나섰다.
두 여자가 나가자 김정민이 형님한테 말했다.
"형, 동생 아주 제대로 놀리네."
김정호는 웃으며 말했다.
"이건 네 형수 과수원이야, 직원들한테 선물할 과일을 형수한테 사는 건, 다른 사람들한테 돈이 안 들어가게 하는 거야."
김정민은 침묵하고 나서 물었다.
"형은 왜 갑자기 결혼한 거야? 그것도 초고속 결혼을?"
'이건 형답지 않아.'
"어제 오전에 네 형수랑 맞선 봤는데 네 형수가 안경이 깨져서 잘 보이지 않아 날 맞선 상대로 생각한 거야."
동생이 모두 알았기에 김정호는 숨기지 않고 어제 있은 일을 모두 말해주었다.
"너무 재미있는 사람 같았어, 나한테 애가 둘이 있는 걸 싫어하지 않고 서월이랑 서윤이를 아주 좋아해, 그래서... 제일 중요한 건 나한테 초고속 결혼할 거냐고 물었을 때 눈빛이 아주 매력적이었어, 내가 거기에 반해서 생각도 없이 바로 혼인 신고한 거야."
김정민은 형님이 그랬다는 걸 믿지 않았다.
"형수한테 첫눈에 반했나 보네."
그는 첫눈에 반하는 일이 형님한테서 일어날 줄 꿈에서도 생각 못 했다.
다른 사람들 눈에는 셋째 도련님이 제일 매정하게 보였지만 사실 제일 매정한 건 형님이었다. 안 그랬으면 형님이 세대주가 되어 남매 열 몇 명을 다스리지 않았을 거고 그들이 형님을 깍듯이 모시지 않았을 것이다.
가문의 어르신들은 그들이 자기 부모님은 무서워하지 않아도 세대주인 사촌 형은 무서워한다고 했다.
김정호는 웃어 보일 뿐 부정하지 않았다.
허유정이 절세미인은 아니었고 처음에 볼 때는 그저 단아해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볼수록 예뻐 보이는 스타일이었다.
김정호는 자신이 왜 첫눈에 반한 건지 몰랐고 아마 그녀의 털털한 성격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왜 어르신들한테 말 안 했어?"
김정호는 밖은 내다보았고 두 여자가 빨리 오지 않을 거라는 걸 확인하고서야 나지막하게 말했다.
"네 형수가 내 진짜 신분을 몰라, 내가 공사장에서 현장 뛰는 줄 알아. 그래서 내가 그냥 현장 뛰는 사람이 된 거야."
"게다가 우리가 초고속 결혼이라 서로 잘 모르고 감정 기초도 없어서 이번 기회를 빌려 네 형수 인품을 지켜보려고."
김정호가 민지훈한테 허유정의 자료를 알아보라고 했기에 허유정에 대해 조금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깟 자료로 이 사람의 품성을 판단하기에는 부족했고 직접 겪어봐야 좋은지 아닌지 알 수 있었다.
형수가 형님을 현장 뛰는 사람으로 알고 있다는 소리에 리치를 먹고 있던 김정민은 사레가 들릴 뻔했다.
몇 번 기침하던 김정민은 리치를 먹는 걸 포기했다. 정말 리치를 먹다가 사레들려서 죽을까 봐 겁났고 그건 너무 억울한 것 같았다.
"형이 형수랑 초고속 결혼을 했다는 건 이미 형수 인품을 다 알았다는 거잖아. 형수가 안 좋았으면 형이 초고속 결혼을 했을 리가 없잖아."
김정호의 눈은 머리 꼭대기에 있었고 상류사회에 그렇게 많은 재벌 집 딸들이 김정호를 좋아했지만 그는 마음이 흔들린 적이 없었다.
김정호가 초고속 결혼을 했다는 걸 알았으니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김정민은 형님이 평생 혼자 사는 줄 알았었다.
"서월이랑 서윤이는 형수랑 잘 지내?"
두 아이가 나이가 어리긴 해도 아주 똑똑하기에 쉬운 아이들이 아니었다.
"아주 잘 지내, 친자식 같아."
김정민은 아무 말 하지 않았다.
'형수랑 형님이 정말 인연인가 보네."
"정민아, 나랑 네 형수 일은 너만 알고 있어, 말하지 말고. 할머니한테는 내가 전화해서 말할게. 네 형수가 요즘 바쁘고 나서 내가 집에 데려갈 거야. 그때 다들 가난한 척해줘야 해."
김정민은 할 말을 잃었다.
다행히도 그가 리치를 더 먹지 않았다. 안 그랬으면 분명 리치에 사레가 들려 죽었을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