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9장

그들의 뒷모습은 다소 초라해 보였다. 장 아저씨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어휴, 비겁하기는...” 구 아저씨도 한숨을 내쉬었다. “육하준이 데리고 다니는 여자가 심보가 별로네.” 목구빈이 아저씨들한테 말을 건넸다. “육하준 대표님은 사업가로 실력이 훌륭한데 여자 보는 눈이 없어요.” 장 아저씨는 싱글벙글이었다. “이렇게 간단한 일 제대로 알아보지도 못하고 무슨 큰일을 하겠어?” 구 아저씨도 맞장구를 쳤다. “예전부터 사업적 재능이 뛰어나다고 생각했었는데 이제 와서 보니 아무래도 눈치가 빠르지 못하네.” 두 사람은 서로 눈빛 교환을 하다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었다. 나는 목구빈한테 시선을 돌렸다. 목구빈은 아무런 표정 없이 육하준을 대신해 말을 내뱉고는 있지만... 방금 있었던 일로는 몇 년 동안 쌓아온 육하준의 명성과 평판이 흔들리기 시작할 것이다. 누가 더 총명한 걸까? 나는 문득 목구빈이야말로 잠자코 기회를 노리는 사냥꾼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목우당이 말했었던 말도 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 어쩌면 농담이 아닐 수도 있을 것만 같은 의심이 들었다. ... 차에 올라 호텔을 떠나면서 나는 생각에 잠겼다. 머릿속이 혼란스럽기만 했던 것이다. 다만 수중에 있는 2억 수표가 현실로 나를 끌고 왔다. “힘들어?” 목구빈은 다정하게 다가와 차에 준비해 둔 얇은 숄을 걸쳐주었다. 캐시미어 원단으로 가볍고 부드러운데다 그의 익숙한 소나무 향기가 배어 있었다. 나는 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조용히 물었다. “육하준이 왜 이런 사람인 걸까?” 그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사람들한테 필터가 생기다 보면 본모습을 알아채기 힘들어.” 나는 막연해졌다. “이해가 안 돼. 그런데 예전의 나는 왜 이해가 안 되는 사람을 좋아한 걸까?” 목구빈은 기분이 가라앉은 나를 보며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그만 생각해. 손에 넣은 2억을 봐봐. 보상금이 조금은 돌아왔잖아.” 나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역시나 돈이 만병통치약이다. 모든 주의력이 돈에 가 있게 되자 나는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