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5장

아주머니는 얼른 나를 살펴보았다. “어머, 아가씨, 그러게 도와주지 않아도 된다니까요. 손 씻고 가서 대표님하고 같이 텔레비전이나 보세요.” 그녀는 급히 나를 향해 추파를 던지고 있었다. 목구빈은 소란스런 인기척에 무슨 상황인지 살피러 다가왔다. 아주머니는 나를 그의 품으로 밀어버렸다. “대표님, 빨리 아가씨 데리고 나가세요. 막일에 손을 대면 안 되잖아요.” 아주머니의 힘에 못 이겨 나는 그대로 목구빈의 품에 안기게 되었다. 나는 어색해졌다. 아주머니는 힘도 세네... 목구빈은 그런 나를 품에 안더니 물에 젖은 옷을 살펴보았다. “옷부터 갈아입자.” 나는 멍하니 그의 지시에 응하고 있었다. 옷을 갈아입고 나오자 목구빈은 다시 소파에 앉아 있었다. 부자연스레 문 앞에 서 있던 나는 그와 멀지 않은 소파로 몸을 옮겼다. 솔직히 목구빈이 천리 밖으로 거리를 두는 차가움도 없었고 기억을 되돌려 보았을 때 큰 오빠와도 나이가 비슷했었다. 그런데도 왠지 모르게 거리감이 든다. 안개 속에 있는 꽃, 또는 물속에서 보이는 달이라도 된 듯한 느낌이다. 분명 가까이에 있는 그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도 이해할 수도 없었다. 그렇게 생각에 잠겨 있던 사이 목구빈은 자신의 옆자리를 가리켰다. “와서 앉아.” 응? 나는 얼떨떨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목구빈의 안경은 텔레비전의 차가운 빛이 반사되고 있었고 거절의 틈도 하나 주지 않았다. “그렇게 멀리 앉아서 뭐 해? 와서 같이 텔레비전이나 봐.” 나는 어슬렁어슬렁 그한테로 다가갔다. 결국 목구빈의 옆에 앉게 되었다. 허나 일부러 거리를 조금 유지하고 있었고 목구빈도 개의치 않은 듯했다. 텔레비전에서는 매일 해외와 국내 대사를 방송하고 있었고 나는 금방 텔레비전에 시선이 집중되었다. 기억이 아직 회복되지 않았으니 신기할 만도 하다. “오늘 꽃을 보낸 사람이 누군지 예상이 가.” 목구빈의 목소리는 태연했다. “상관하지 마. 앞으로는 귀찮게 굴지 않을 거야.” 나는 그럭저럭 답을 하고 있었다. “꽃이 참 예쁘던데. 버리고 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