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1장

한참을 골똘히 먹다 문득 내가 뭘 좋아하는지 또 무슨 알레르기가 있는지도 몰랐던 육하준을 떠올리며 상심에 묻혔다. “그럼 육하준하고 결혼했던 5년의 시간은 뭐가 돼?” 목구빈은 샴페인을 한 모금 마시고 느릿느릿 답을 했다. “개 먹이로 진심을 날린 거나 다름없지.” 나는 말문이 막혔다. ... 다음 날 아침 일찍 일어나 휴대폰을 열어보니 수십 개의 메시지가 추가되어 있었고 대부분은 어플에서 가격을 문의하는 구매자들이었다. 나는 관심 있어 보이는 몇몇 구매자들을 골라 답장을 했다. 골절 가격의 중고 사치품에 대해 의심도 클 테니 말이다. 머릿속에는 요 몇 년 사이의 인터넷에 대한 기억이 없었다. 그들한테 또박또박 답장하는 것이 하도 힘들었던 건지 눈 깜짝할 사이에 점심이 되어버렸다. 그때서야 눈이 풀릴 정도로 배가 고파지자 주방으로 들어가 먹을 것들을 찾아보았다. 그런데 그때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화들짝 놀라 고개를 돌렸더니 한 중년 부인이 양손에 요리와 고기를 잔뜩 들고 나타났다. 내가 물었다. “누구세요?” 그분은 자기소개를 하고 있었다. “유상미 씨 되시죠? 안녕하세요. 저는 목구빈 대표님이 고용한 주방 아주머니예요. 편한대로 불러주시면 되세요.” 목구빈이 나를 보살펴주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손발이 재빠른 아주머니는 부엌에서 분주히 움직이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맑은 국수 한 그릇을 내왔다. 그녀는 대뜸 사과를 하고 있었다. “원래는 아침 8시면 도착할 수 있었는데 제가 입간판을 잘못 보는 바람에 지각해 버렸어요. 죄송해요. 많이 배고프셨죠? 얼른 드세요.” 한 입 먹어봤더니 내가 좋아하는 맛이었다. 나는 눈빛을 반짝거렸다. “어디 분이세요?” 아주머니는 빙그레 웃으며 지명을 알려주었다. 나는 놀라웠다. “저하고 같은 시골이시네요. 저희 할머니도 거기에 살았었어요.” 아주머니는 우리 할머니가 같은 고향이었다는 걸 알고 나자 더욱 친절하게 대해주었다. 우리 둘은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다 아주머니가 문득 물었다. “어쩐지 대표님이 주방 아주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