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9장

나는 속으로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목구빈은 무조건적으로 내 편에 서 있으니 이토록 험한 말들을 내뱉고 있는 것이다. 그는 거의 상대를 대놓고 욕하는 거나 다름이 없다. 책상 아래에서 나는 긴장한 나머지 냅킨을 꽉 움켜쥐었다. 혹시라도 육하준이 성질을 못 참고 상을 뒤엎을까 나는 미리 겁먹고 목구빈의 손을 잡았다. 그런데 내가 손을 잡자마자 가느다랗고 힘이 센 손이 내 손을 되잡았다.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그의 힘은 나더러 걱정하지 말라고 다독여주고 있는 듯했다. 그제서야 긴장이 풀리고 있었다. 나는 고개를 들어 육하준의 빨개진 얼굴을 바라보았다. 한참이 지나자 그는 무뚝뚝하게 말을 내뱉었다. “목구빈 대표님, 대표님이 모르는 일도 있는 법이에요.” 목구빈은 안경을 밀었다. “귀국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모르는 사실이 많다는 건 알아요. 그래서 저도 함부로 평가하진 않을게요.” 그는 이내 나한테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다시는 상미를 상처 받게 하지 않을 거예요.” 그는 의미심장한 눈초리로 육하준을 쳐다보았다. “육하준 씨는 이 요구를 들어줄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육하준은 분노로 서려 있던 눈빛이 금세 의아해졌다. 나도 이상하게 목구빈한테 시선이 고정되었다. 분명 여유롭게 의자에 앉아 한 손으로 술잔을 만지작거리고 있고 눈빛도 태연한데 몸속 깊숙이 공격적인 느낌이 밀려오고 있는 것이다. 협박? 지금 육하준을 협박하는 건가? 내가 추측하고 있는 바가 맞나? 그러고 이내 육하준은 안색이 정중해졌고 진교은도 버릇없는 연약함을 거두었다. 요리는 계속 나오고 있는 중이었고 진교은은 갑자기 식탁 한가운데 있는 무스케이크를 나한테 건네주었다. “유상미 씨, 달콤한 케이크라 입맛에 맞을 거예요.” 나는 그 케이크를 보며 차갑게 밀쳐버렸다. “죄송하지만 안 먹어요.” 진교은은 계속하여 나를 설득했다. “유상미 씨, 뭘 사양하고 그래요. 제가 일부러 유상미 씨한테 주려고 주문한 거예요. 저희 사이에 오해가 깊다는 건 알지만 금방이면 이 오해가 다 풀릴 거라 생각해요.” 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