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8장

다행히 온중기는 더 캐묻지 않았고 그저 당부만 몇 마디 한 뒤 나를 내보내 주었다. 나는 얼른 택시를 잡아 도소희를 태운 다음 같이 육하준 별장으로 향했다. 내 물건을 가지러 말이다! 적어도 갈아입을 옷 몇 벌 정도는 챙겨야 한다. 도소희는 차에 오르기 직전 트렁크에 영문 모를 골프채를 발견했다. 스테인리스 스틸, 좋은 촉감에다 맞으면 엄청 아플 것 같았다. 육하준의 별장에 도착했다. 두 사람은 주위를 관찰했더니 안은 어두컴컴한 게 인기척이 전혀 없어 보였다. 나는 심호흡을 하고 차에서 내렸다. “들어가자.” 도소희도 따라 들어가려 했는데 나는 그녀더러 차에 남아 기다리라고 했다. 허나 그녀는 마음에 놓이지 않는 모양이었다. “이따가 육하준 만나면 어쩌려고 그래? 적어도 내가 나서서 막아줄 수는 있잖아.” 나는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야. 육하준이 지금 진교은 옆에 있어.” 도소희는 충격이었다.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나는 인스타로 들어가 프로필 하나를 눌렀고 도소희는 내 휴대폰을 들여다보았다. 비록 그녀가 모르는 사람이긴 하지만 그 사람의 인스타 글귀는 전부 욕설이었다. “누구는 참 개같아. 스스로는 인정하지 않지만 말이지! 사람 때릴 때는 자기가 엄청 잘난 줄 알았겠지! 퉤! 쥐뿔도 없는 게! 처음에는 무릎 꿇으며 비굴하게 굴더니!” “그렇게 질질 짜던 상대가 지금은 여신하고 같이 예술제 개막식에 참석하는 것도 모르면서!” 아홉 개의 사진도 함께 첨부되어 있었다. 도소희는 화를 내다 금방 어이가 없었다. “이런 사람을 왜 삭제하지 않는 거야? 그리고 왜 맞받아치지 않았어?” 나는 미소를 보였다. “어제 나더러 뇌물로 매수했다고 했었잖아? 그래서 이걸 찾아냈지.” “오늘 아침 10시에 예술제 개막식이 열리는데 진교은이 개막 테이프 커팅 게스트야. 육하준은 진교은 옆에 있어.” 나는 그 사람이 찍은 사진을 클릭했다. 도소희는 혀를 내둘렀다. “이럴 수가!” 나는 큰 봉지를 들고 도소희한테 말을 건넸다. “차에서 기다리고 있어. 몇 번은 옮겨야 하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