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1장

육하준은 언성을 높였다. “신경도 안 쓰인다고? 이제는 너그러운 척 연기하는 거야?” 그의 눈빛에는 빈정거림이 서려 있었다. “유상미! 네가 이겼어. 이젠 우릴 방해하지도 않을 거고 영원히 여길 떠날 거야. 그러니까 이제는 집에 돌아와 줄 수 있어?” 익숙한 울분이 다시 엄습하는 것만 같은 기분에 나는 가슴을 움켜쥐었다. 역시 바보네! 방금 잠시나마 육하준이 정신을 차린 줄로 알았었다. 그가 진교은하고 나 사이에서 날 결국은 내 말을 믿어주어 기억을 잃기 전의 내가 겨우 한 번은 이긴 거라 여겼었다. 나는 입꼬리를 올렸다. “내가 이겼어?” 나는 그의 눈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되물었다. “내가 진짜 이긴 거 맞아?” 담담한 미소를 띠었다. “방금은 그냥 내가 성질을 부린다고 생각해서 진교은을 내쫓은 거잖아. 진심으로 날 존중한 적도 없고 내 말이라고는 단 한 번도 믿어준 적이 없으면서 말이야.” 육하준은 눈망울이 움츠러들었다. 그의 마음을 콕 찌른 것이다. 나는 자소하듯 웃음을 터뜨렸다. “난 진작에 처참하게 졌었어. 우리 세 사람 중에서 떠나야 할 사람은 나고.” 육하준이 뭐라 말하려던 그때 온중기가 검사 보고서를 들고 걸어왔다. 그는 병실에 있는 우리 세 사람을 영문도 모르겠다는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육하준은 체면이 서지 않는 건지 온중기 손에 들린 보고서를 빼앗았다. “어디 봐봐. 대체 얼마나 다쳤길래 굳이 병원에 자꾸만 드나드는 건지...” 그의 말은 허공에 멈춰 버렸고 얼굴은 점차 굳어져 가고 있었다. 그는 보고서와 나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마치 이 보고서가 내 보고서가 아닌 것만 같은 표정을 지으면서 말이다. “머리 안에 경미한 부종... 뇌진탕... 관절탈구...” 그는 보고서 내역을 읽어가며 의심스러운 듯한 눈빛을 보냈다. “너...” 온중기는 그의 손에 들린 보고서를 다시 챙겨 들었다. “대표님, 다른 일 없으면 환자가 조용히 지낼 수 있게 자리를 비켜주시죠.” 육하준은 내가 다친 걸 처음 발견한 느낌이었다. “정말이야?” 나는 그를 비웃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