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장
택시를 잡으려고 손을 흔들고 있는데 검은색 톡 다운된 차 한 대가 내 앞에 멈춰 섰다.
“상미야?”
차창이 내려왔다.
나는 정신없이 고개를 들어보았고 눈앞에는 준수한 얼굴이 떡하니 놓여 있었다.
“나무... 목구빈 대표님?”
목구빈은 차에서 내려 문을 열고 나를 부축해 주었다.
한참이 지나서야 나는 정신을 가다듬을 수 있었다.
“아직도 여기에 있었어요?”
목구빈은 운전을 하며 담담하게 답했다.
“네가 병원에 남아있을 것 같아서 병원 몇 바퀴를 돌았던 건데 정말 있을 줄은 몰랐어.”
그는 세심하게 휴지를 챙겨주었다.
“방금 토한 거야?”
입을 닦으며 그의 말에 답을 했다.
“네. 머리가 어지러워서요. 뇌진탕 후유증인가 봐요.”
목구빈은 미간이 찌푸려졌다.
안경알 뒤의 눈빛은 매우 차가워 보였다.
그제서야 나는 내 등 뒤가 땀으로 흠뻒 젖어있다는 걸 깨달았다.
목구빈은 운전에 집중하면서도 나를 달래주고 있었다.
“괜찮아. 오늘 푹 쉬고 내일 병원에 데려다줄게.”
고개를 들어보자 마침 그윽하고 부드러운 그의 눈빛을 마주하게 되었다.
알 수 없는 설렘으로 심장이 쿵쾅거리는 나는 황급히 고개를 숙이고 감사를 표했다.
“고마워요... 목구빈 대표님.”
목구빈은 미소를 띠었다.
“나무 오빠라고 안 부를 거야?”
나는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건... 그때 어려서...”
목구빈은 담백한 목소리로 말을 건넸다.
“그럼 그냥 구빈 오빠라고 불러. 나하고 인성이도 동창이라 걔 동생이면 내 동생이나 마찬가지야. 오빠라고 불러도 네가 서운할 건 없잖아?”
왠지 모르게 그의 말을 듣고 나자 마음에 서운함이 띠고 있었다.
차는 느린 속도로 길거리에서 주행하는 중이었다.
목구빈은 진지하고도 여유롭게 운전에 임하고 있었고 운전대를 잡은 가느다란 손가락은 매끄러웠다.
그런 그를 보는 것만으로도 눈을 호강할 정도였다.
나는 몰래몰래 그를 힐끔거렸다.
목구빈이 물었다.
“상미야, 어디 가게?”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소희 찾으러 가야 돼요.”
목구빈은 안경을 밀어 올리며 눈살을 찌푸렸다.
“친구야?”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절친이에요.”
목구빈이 재차 물었다.
“믿을 만한 사람이야?”
나는 고개를 또 한 번 고개를 끄덕거렸고 목구빈이 다시 입을 열었다.
“주소 보내줘 봐. 데려다줄게.”
어차피 폐를 끼친 마당에 더 폐를 끼친다고 별 영향이 없다고 느낀 나는 거절할 마음이 없었다.
곧이어 소희한테 전화를 걸었더니 통화 중이라는 알림만 뜨고 있었고 계속하여 걸어보니 휴대폰이 꺼져 있다는 안내원 목소리만 들리게 되었다.
나는 울상이 되어버렸다.
“휴대폰 배터리가 다 나갔나 봐요.”
목구빈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 절친이라는 사람이 설마 백화점에서 그 사람들하고 싸웠던 사람이야?”
나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당시 상황이 매우 혼란스럽기도 하고 즉시 기절해 버렸으니 소희가 나중에 어떻게 된 건지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
나는 뒤늦게 깨달았다.
“안 돼요. 소희 찾으러 가야 돼요. 혹시 무슨 일이 생긴 거면 어떡해요.”
초조해 보이는 내 손을 누르며 목구빈이 고개를 흔들었다.
“급해하지 않아도 돼. 지금 경찰서에서 기록하고 있는 중이야.”
잠시 멍해진 나는 걱정이 앞섰다.
“그럼 찾으러 가야죠! 빨리요! 우리 경찰서로 가요!”
잔뜩 긴장한 채로 눈물을 글썽이고 있는 나를 바라보는 목구빈의 눈빛은 착잡해 보였다.
총애, 체념 그리고 약간의 마음 아픈 감정들이 다 깃들어 있는 듯한 눈빛이었다.
목구빈은 시선을 거두고 나서 휴대폰을 꺼내더니 나를 달래주며 한쪽으로 전화를 걸고 있었다.
“잠깐만, 지금 거기에 있는지부터 물어볼게.”
그는 통화를 마치고 나서 나한테 알려주었다.
“물어봤는데 친구가 기록을 다 마치고 집으로 돌아갔대. 휴대폰은 배터리가 나가서 꺼진 것 같고. 아무튼 걱정하지 마. 내 친구 말로는 아무 일 없대.”
그의 침착한 말들을 듣고 나자 나는 안심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