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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고마워.” 강이서는 진심으로 감사의 말을 전하며 17번의 얇은 눈꺼풀에 묻은 푸른 피를 닦아냈다. 차가운 이색 혈관 아래 문어 인간의 잘생기고 깊이 있는 얼굴은 이상할 정도로 아름다웠다. “네 덕분에 내가 살았어. 네가 날 구했어, 17번.” 그렇지 않았다면 강이서는 이미 죽었을지도 모른다. 17번이 천천히 눈을 깜빡이자 젖어 뭉친 속눈썹이 부드러운 곡선을 그렸다. 강이서는 문어 인간에게 상냥한 얼굴로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있었다. 너무 좋다... 이런 희열에 머릿속이 백지장이 된 문어 인간은 어떤 반응도 할 수 없었다. “너만 같이 있으면... 할 수 있어...” “그래.” 강이서가 문어 인간의 촉수를 건드리자 그는 수줍게 움츠러들며 그녀의 손가락을 감았다. 그 모습은 마치 애교를 부리는 것 같았다. “17번, 계속 나를 따라와도 돼.” 문어 인간의 잘생긴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도 없었지만 짙푸른 눈은 거대한 환희를 억누르고 있었다. 점점 참을 수 없었던 그는 조심스럽게 천천히 그녀를 감쌌다가 무언가를 떠올린 듯 다시 멈췄다. 기대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문어 인간은 마치 사탕을 기다리는 어린아이 같았다. “불러 줘...” 그는 자기 이름을 듣고 싶었다. 강아지 같은 그의 눈망울에 강이서는 바로 말뜻을 이해한 듯 웃으며 그를 불렀다. “알피노, 사탕은 내일 줄게.” 17번과 생이별 같은 슬픈 작별을 한 후 강이서는 마침내 들것에 실려 나갔다. 샤워를 마친 강이서는 담요를 두르고 감시 구역의 침대에 앉았다. 독소나 상처가 남아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누군가 그녀의 몸을 검사했다. 비늘 한 조각을 집어 든 채 멍하니 있었다. 옷을 갈아입을 때 그녀의 옷 가슴 부분에 총알구멍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속옷 사이에 강철 탄피가 끼어 있었다. 집중 공격에 탄알이 17번의 촉수 틈새를 관통했지만 그녀를 죽이지 못했다. 구멍 난 상처와 그녀의 무사한 피부를 본 치료사는 놀라운 얼굴로 말했다. “정말 신기해요, 이건 기적이라고 할 수 있어요. 총알이 이서 씨의 심장을 뚫을 수 있었지만 이게 막았어요. 내가 이 물건의 재질을 연구해도 될까요?” 치료사가 반짝이는 부채꼴 모양의 비늘을 들고 말했다. 그것은 S 구역 깊은 곳에서 본 아름다운 인어의 비늘이었다. 강이서가 고개를 저으며 정중히 거절했다. “죄송해요, 이건 제 개인 소유물이라...” 치료사는 아쉬운 얼굴로 강이서에게 비늘을 돌려주었다. “분열 무기는 탱크와 중형 기갑을 쉽게 뚫을 수 있어요. 그런데 이 비늘이 이서 씨를 보호했다는 건 정말 기적과도 같은 일이에요. 평범한 재질은 아니에요. 총알의 흔적도 없으니까요.” 고개를 숙여 얇고 반짝이는 비늘을 관찰한 강이서는 치료사가 말한 대로 비늘 위에 아무런 흔적이 없는 것을 발견했다. 하지만 이 비늘은 원래 그녀의 외투 주머니에 보관되어 있었고 그녀의 가슴 피부에 붙어 있을 이유가 없었다. 이 비늘이 언제 그곳에 옮겨져 그녀의 목숨을 구한 것일까? 야식을 들고 기세등등하게 들어온 베라는 옆 테이블에 음식을 놓더니 화를 내며 말했다. “허진웅, 그 인간이 네 목숨을 원했어.” 허진웅은 강이서의 생명 따위 안중에도 없었다. 강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전에도 생물 실험 테스트를 본 적이 없었지만 그 테스트가 매우 잔인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리고 오늘 직접 경험하고 죽음의 문턱을 넘나든 그녀는 정신적으로 극도로 지쳐 온몸이 아직도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해 무력감이 들었다. “하지만 결국 도망쳤어! 도망치듯이 뛰어가더라고, 믿겨? 공포에 질린 것 같았어.” 베라는 중얼거렸다. “그 얼음장 같은 인간이 공포에 질렸다면 아마도...” 강이서가 의아해했다. “그 인간도 두려움이라는 것을 느껴?” “정말이야, 두려워했어. 네가 그 나갈 때의 허진웅 꼬락서니를 보지 못해서 그래. 아마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을 거야.” S 구역은 완전히 새로우면서도 극도로 위험한 구역이었다. 그곳에 어떤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허진웅조차 그렇게 두려워했다면 아마도 정말로 매우 위험한 일이 일어났을 것이다. 교수를 욕한 후 베라가 다시 감탄을 내뱉었다. “네 실험체는 너무 들러붙는 것 같지 않아? 다른 실험체들은 사육사를 죽이고 싶어 하지만 네 실험체들은 하나같이 너에게 들러붙지 못해 안달이 난 것 같아.” 아름다우면서도 순종적인 실험체들이 다른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무서운 살상 무기였지만 그녀에게는 들러붙는 존재들이었다. 강이서가 웃음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 “17번은 아직 어려. 내가 걱정돼서 그래.” “뭐가 어려?” 언성을 높여 되물은 베라는 잠시 생각해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부화한 지 2년밖에 안 됐으니 아직 어리긴 하지.” 강이서가 닭고기 수프를 한 입 먹은 뒤 눈을 살짝 감았다. “맛있네, 이건 어디 것이야?” “시내에서 사 온 거야, 새로 오픈한 유명한 가게야.” “맛있어, 다음에 시간 나면 문어와 군소에게도 사다 줘야겠다.” 다시 한번 침묵한 베라는 이성적으로 분석했다. “네 17번은 조금 전 정말 흉악했어. 여러 번이나 중상을 입었지만 사람들이 너를 데려가지 못했어. 큰 소리가 나면 네가 깨날까 봐 일부러 죽이지 않은 것 같아. 만약 오늘 네가 허진웅의 손에 죽었다면 문어 인간이 여기를 뒤집어 놓았을 거야.” 따뜻한 닭고기 수프를 한 입 먹은 강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결국 문어 인간이 네 말을 들었어. 네가 손을 놓으라고 하자 놓았어. 보는 나도 실험체를 키워보고 싶을 정도였다니까.”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강이서는 매우 이성적으로 보였다. 그녀는 마치 이 일에서 벗어나 관찰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것 같았다. 만약 당시 17번이 진화하지 않았다면 그녀는 죽었을지도 모른다. 지금도 죽음의 문턱을 겨우 넘은 일로 멍한 상태였고 숟가락을 든 손도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 누군들 두렵지 않겠는가? 죽음이 다가온다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지 모른다. 베라가 강이서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달랬다. “걱정하지 마, 일단 잘 쉬고 있어. 내일이면 17번을 볼 수 있을 거야.” 강이서가 한 끼 식사를 하는 동안 쉴 새 없이 중얼거리던 베라는 치료사의 주의를 받자 아쉬운 얼굴로 강이서와 작별을 했다. 강이서는 무서운 무기와 방사능 때문에 건강에 이상이 없는지 확인하기 위해 실험 기지 치료 구역에서 이틀 더 관찰이 필요했다. 겉으로는 거창하게 말했지만 사실 연구원들은 그녀가 17번 실험체의 피로 인해 변이가 일어나는지 보고 싶었을 뿐이었다. 강이서는 개의치 않고 식사를 마친 뒤 목욕을 하고 휴대폰을 잠깐 보다가 잠을 잤다. 밤이 되자 치료 구역에 어둠이 내렸다. 짙은 어둠 속에서 아름다운 비늘은 이상한 빛을 반사하며 반짝였다. 침대에 누운 강이서는 갑자기 악몽에 시달렸다. 무의식적으로 눈살을 찌푸렸고 이마에는 땀이 맺혔다. 꿈속에서 그녀의 정신은 다른 곳과 연결되었다. 강이서는 다시 그 어둡고 차가운 공간으로 돌아갔다. 휑한 그곳은 칠흑같이 어두웠고 쥐죽은 듯 조용했다. 강이서가 한 걸음 한 걸음 걸을 때마다 물방울 소리가 났다. 순간 멍해진 강이서는 이곳이 어디인지 기억해 내기 위해 머리를 쥐어짰지만 아무것도 떠올리지 못했다. 차가운 감촉이 뒤에서 느껴지더니 길고 흰, 흠집 하나 없는 팔이 그녀의 허리를 감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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