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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전성기인생 전성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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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무슨 일이야?” “우리 아버지를 만나줬으면 좋겠어!” 김나희가 용기를 내서 말했다. 그는 이진기의 황당한 표정을 보고 얼굴이 빨개져 다급하게 변명을 늘어놓았다. “오해하지 마. 그런 뜻이 아니야.” “우리 아빠가 지금 금융 투자에 눈이 멀었어.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줄 아는 게 없어. 그래서 돈을 많이 잃기도 했지. 네가 우리 아빠를 만나 올바른 길을 알려줬으면 좋겠어.” 역시 그의 예상대로였다. 이진기는 김나희가 현재 이런 고충을 앓고 있다는 것을 미리 예상했다. 그가 물었다. “내가 왜 너를 도와줘야 하는데?” 그의 말을 들은 김나희는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어렸을 때부터 남자들은 그녀의 환심을 사기 위해 먼저 다가와 자신이 필요한 것을 해주지 않았나? 그러나 이진기의 말이 맞다. 아무 사이도 아닌 자신을 그가 왜 도와줘야 할까? 이진기는 지금 누구나 알만한 재벌이다. 미래가 창창한 사람이야. 동창인 자신을 도와줘야 될 명분 따위는 없었다. 김나희가 쓴웃음을 지으며 사과를 하려던 그때, 이진기가 말했다. “요즘 내가 좀 바빠. 원유시장 주식도 언제 터질지 모르고. 조금만 기다려 줄래? 그때 같이 가줄게.” 이진기의 말을 들은 김나희는 지금 롤러코스터를 타는 심정이었다. 그는 웃고 있는 이진기를 보며 반문했다. “왜 나를 도와주는데?” 이진기가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했다. “아마.... 동창이라서! 내가 도울 곳이 있으면 도와줘야지!” 김나희는 이진기를 보며 회심의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저녁, 이진기는 김나희의 차에 앉아 집으로 향했다. 김나희의 신분으로 고급 외제차 하나쯤은 이상하지 않았다. 일반 사람들은 꿈도 꾸지 못하는 외제차지만 김나희의 집안 상황으로 보았을 때 제일 수수한 차일 것이다. 이진기는 자신도 빨리 차를 사야겠다고 생각했다. 집으로 돌아온 그는 어두운 얼굴로 한숨을 내쉬며 2G 폰으로 장기현에게 전화를 걸었다. “동생, 오늘도 돈을 많이 벌었다며. 축하해.” 그의 전화를 단번에 받은 장기현은 하하 웃으며 말했다. 이진기가 낮은 소리로 웃었다. “작은 돈이에요. 기현 형. 저 또 부탁 하나 해도 돼요?” 이진기는 자신이 지금 살고 있는 집을 팔려고 했다. 하윤정이 자꾸 자신을 찾아와 괴롭히기 때문이다. 지금 돈도 있으니 집을 당장 바꾸고 싶었다. “지금 가봉 아파트에 집이 하나 있는데 이 집을 처분하고 싶어요. 그리고 집을 두 채 사고 싶은데 형님 혹시 믿을만한 부동산이 있을까요?” 그의 말은 들은 장가현이말했다. “그래. 조금만 기다려 메시지로 번호를 찍어줄게. 너의 사정을 미리 말해두었어. 잘 해줄 거야.” “형님, 고맙습니다. 같이 밥이라도 한 끼 먹어요.” 이진기가 말했다. 이진기가 예의상 한 말에 장기현은 갑자기 무언가 생각난 듯 말했다. “그래. 며칠 뒤에 진짜 같이 밥을 먹을 기회가 있어. 우리 동생이 관심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네.” “주식을 투자하는 사람 몇 명이 있는데 손이 큰 사람들이야. 정기적으로 모임을 가지는데 그러니까 서로의 일을 봐준다고 말하면 빠르겠네.” “이 바닥에서 사업을 하고 주식을 하면 인맥과 정보가 빨라야 돼. 네가 녹두 코인에서 큰돈을 벌어들였을 때 많은 사람들이 너를 수소문했어.” “이번 모임에 너와 함께 참석하고 싶은데 어때?” 장기현의 말을 들은 이진기는 전생에서 금융 항업에 출근한 그에게 상류층 금융기업 모임이 낯설지 않았다. 모임의 임원들 모두가 자신의 구역에서 특출난 사람들이었다. 모든 사람들이 함께 마음을 합치면 큰 파동이 일어날 수 있기도 했다. 그러나 한낱 금융기업 작은 직원도 다름 사람의 입에서 들은 소식으로 부러워했을 뿐이다. 이번 생엔 진짜 그 모임에 참석할 자격이 주어진다. 장기현이 바로 그 모임의 일원이라고 말해주고 있었다. 그가 자신을 자신들의 모임에 끌어들이려 했다. 인맥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는 이진기는 그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두 사람은 시간과 장소를 공유하고 전화를 끊었다. ...... 며칠이 훌쩍 지나갔다. 국제 원유시장에서는 아직도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 이진기는 자신의 모든 정력을 국내 주식시장에 쏟아부었다. 전생의 기억을 기억하고 있는 이진기는 마치 신이라도 들린 것처럼 그가 투자하는 모든 주식은 폭등을 거듭하고 있었다. 종합 이익률은 그야말로 천문한적인 숫자에 도달했다. 3억의 본금으로 며찰 사이에 9억에 도달했다. 김나희의 본금도 3배나 뛰었다. 돈을 버는 속도가 어마어마했다. 주식투자에 이름을 알린 사람들도 이진기의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많은 사람들은 거짓 소문이라고 생각했다. 어떻게 손만 대면 주식이 폭등할 수 있냐고 했다. 이진기는 자신의 소문을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멋진 슈트 차림을 하고 있었다. 오늘이 바로 장가현과 함께 모임에 참석하기로 한 날이었다. 이진기의 스케줄을 파악한 김나희가 그를 데리고 백화점에 가서 슈트를 맞췄다. 탈의실에서 나온 이진기를 본 김나희의 두 눈이 반짝거렸다. 이진기의 잘생긴 얼굴과 탄탄한 몸매에 슈트를 입혀 놓으니 마치 이진기를 위해 만들어진 것 같았다. 그의 이미지가 완전히 달라졌다. “어때?” 이진기가 거울 앞에서 물었다. “너무 멋져!” 김나희가 말했다. “결제해 주세요.” 잘생기고 돈도 많고. 이진기를 바라보는 종업원의 두 눈에서 빛이 났다. 그녀는 이진기의 곁에 있는 김나희를 보고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과 비슷한 사람을 만나기 때문이다. 김나희 앞에서 자신감을 지키는 여자는 몇 명 없었다. 그녀의 훌륭한 모습이 여자들의 기를 눌러 버렸다. 이진기는 옷을 사고 나서 자신의 곁에 있는 김나희를 쳐다보았다. 그는 그녀의 손을 잡고 구석에 있는 까르띠에 매장으로 향했다. “나희야, 우리 저기도 가보자.” 이진기가 까르띠에 매장에 들어서는 것을 본 김나희는 다른 생각을 하지 않고 그를 따라 들어왔다. 김나희는 이진기가 슈트에 어울리는 시계를 사는 줄로만 알고 있었다. 그가 자신을 보고 말했다. “나희야, 골라봐. 내가 사줄게!” 이진기가 웃으며 말했다. 전생에 이진기는 김나희에게 고백할 용기도 자신감도 없는 남자였다. 이번 생에 다시 만났으니 그녀를 꼭 잡아야 되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는 김나희의 당황한 표정을 무시하고 종업원에게 말했다. “여기서 제일 빛나는 목걸이가 있을까요?” 이진기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종업원은 깜짝 놀랐다. 다이아가 박힌 목걸이는 아무 사람이 살 수 없는 물건이었다! 목걸이 하나에 1억 8000만 원을 호가했다. 그 가격으로 아파트 몇 채를 살 수 있다! 까르띠에 매장에서 액세서리를 고르고 있던 남녀 커플의 시선이 두 사람에게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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