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38화

유채강은 이진기의 뜻을 알아차리고 문밖으로 나가서 어두운 얼굴로 문 앞에 서 있는 임이천에게 말했다. “여기서 기다려.” 임이천은 숨을 깊게 들이마시며 깊은 굴욕을 느꼈다. 자신이 직접 사과하러 찾아왔는데 이진기가 거드름을 피우며 얼굴 한번 보이지 않았다. “언제까지 기다려?” 임이천이 이를 악물고 물었다. 유채강은 덤덤히 답했다. “몰라, 그냥 기다려.” “뭐!” 임이천은 버럭 화를 내며 유채강을 매섭게 노려보았고, 당장이라도 다리를 걷어차고 싶었다. 임이천이 짜증 내며 기다리던 중 병실 문이 열리고 곽안우가 싱글벙글 웃으며 걸어 나왔다. 곽안우는 담배 한 대를 꺼내 입에 물고 딸깍 소리를 내며 불을 붙여 임이천 얼굴을 향해 담배 연기를 뿜었다. 오만하고 무례했다. “흠, 평범한 담배는 아무리 비싸도 그냥 싱겁고 아무 맛이 없네. 약하는 것처럼 흥분되지 않을 거야, 맞지?” 곽안우가 통쾌한 듯 웃었다. 임이천의 얼굴은 심하게 일그러졌다. “곽안우, 조용히 해. 지금 누구 들으라고 그런 이상한 말을 지껄이는 거야?” “너 들으라고 한 건데.” 곽안우는 건들거리며 말했다. “역시 난 너한테 안 될 거 같더라. 그런 사람들하고도 뒹굴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해.” 임이천은 원망 가득한 눈빛으로 곽안우를 매섭게 노려보았지만, 이만 악물 뿐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지금 자신이 말을 하면 할수록 더욱 모욕당할 거란 걸 알기 때문이다. 곽안우가 담배 한 대를 다 피우고 나서야 손을 털면서 말했다. “들어가 봐, 처남이 기다리고 있어.” 임이천은 더는 화를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진작 말했어야지?!” 곽안우가 히죽거리며 말했다. “안 물어봤잖아.” 독기 가득한 눈빛으로 곽안우를 한 번 노려보고 임이천은 고개를 숙인 채 병실 안으로 들어갔다. 임이천은 자신이 문 앞에 서서 이진기를 ‘만나 뵙길’ 기다리는 날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고, 더군다나 이런 굴욕적인 방식으로 문 앞에서 10분 넘게 서서 기다릴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었다. 하지만 병실에 들어선 후 병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