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23화

이진기의 말에 소로스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전문 분야에서 소로스를 가장 많이 곤란하게 만든 H 국 남자, 이진기의 비꼬는 듯한 말투는 항상 부드럽고 예의 바르지만, 동시에 사람을 분노하게 했다. “이진기 씨, 이미 충분히 만족할 만한 상황인 것 같은데, 인제 그만두세요. 선 넘지 마시고요.” 이진기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이건 소로스 씨가 X시 주식시장에서 한 일의 절반도 안 되는걸요. 진짜 재미는 아직 시작도 안 했어요. 그러니까 성급하게 굴지 마세요.] “이진기!” 소로스는 화가 치밀어 올라 분노를 표출하고 싶었지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지금 양측이 교착 상태에 있어, 단순한 대화로는 결론을 내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팍- 소로스는 화가 나서 전화를 끊고, 휴대전화를 책상 위에 던지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 “이진기가 정말 멋진 한 수를 두었군.” 그 시각, 궁전에서 여유롭게 포도를 먹고 있던 벨라는 직원의 보고를 듣고 미소를 지었다. “소로스, 평소에는 아주 영리해 보이더니, 정작 중요한 순간에는 자신이 먼저 손해를 보고 말았군. 완전히 이진기에게 돈을 퍼주는 꼴이야!” “벨라 아가씨, 이진기의 부상은 우리 로스차일드 가문에게 결코 좋은 일이 아니에요.” 폴슨이 컴퓨터 화면을 보며 말했다. 폴슨의 생각에 이진기는 분명 잠재적인 위협이었다. 지금은 국제 무대에서 막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한 단계이지만 앞으로 어떻게 성장할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폴슨의 이러한 우려와는 달리, 벨라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폴란 아저씨, 이 상황이 재미있지 않으세요? 우리 M국의 금융계는 오랫동안 이렇게 활기를 띤 적이 없었잖아요. 물론 이진기의 성장이 우리에게 위협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아는 한 우리 로스차일드 가문의 시스템은 그렇게 쉽게 무너질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우리는 이미 세계와 함께 공존하고 있으니까요. 이 점에 대해 아저씨가 저보다 더 잘 아시겠죠.” 폴슨은 이 말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벨라의 말이 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