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06화

“왜 유럽 국가가 아닌 거지? 서양 국가라면 어느 학교든 말만 해. 바로 입학시켜 줄 테니까.” 이정희가 묵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이소영은 평온하게 대답했다. “아버지 눈에는 서양 학교만 학교인가요? 하지만 이걸 어쩌죠? 죄송해요, 진학할 사람은 저고, 제 생각에는 GJ대학만이 저에게 충분히 좋은 플랫폼을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바입니다.” “이진기를 만나고 싶어서 그러는 거지?” 이정희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아버지, 제가 그렇게 천박하고 더러운 사람으로 보이시나요? 저는 단지 공부하러 가는 거예요. 다른 사람과는 아무 상관없어요.” 이정희는 분노했다. 그러나 똑같이 고집스럽게 자신을 바라보는 딸과 여전히 부어 있는 딸의 볼을 보며, 이정희는 분노를 삭힐 수밖에 없었다. “가보거라.” 이정희는 마치 모든 힘을 잃은 것처럼 느껴졌다. “입학 문제는 네가 이미 결정한 것 같으니 내가 신경 쓸 필요는 없겠지만, 그래도 한 마디만 더 하지. 난 남자기에 남자를 잘 알아, 이진기 같은 사람은 너 같은 나이의 여자아이에게 독약이야. 독약은 유혹적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먹으면 죽을 수도 있지. 특히 지금 우리와 이진기의 관계는 회복할 여지가 없어. 그리고 나는 네가 차라리 평범한 남자와 결혼하기를 바래. 이진기를 좋아하지 않았으면 해.” “아버지, 오해하셨네요. 저는 그런 쪽으로 전혀 생각해 본 적 없어요.” 이소영은 그 말을 마치고, 이정희가 믿든 말든 간에 문 쪽으로 돌아서며 말했다. “밤이 늦었어요. 아버지도 일찍 쉬세요. 저도 이만 잘게요. 아, 그리고.” 문고리를 잡고 있는 이소영이 평화로운 얼굴로 말했다. “아버지, 제 주위에서 저를 감시하는 사람들을 철수시켜 주셨으면 해요. 어차피 일이 벌어졌는데, 저 같은 여자가 무슨 큰 일을 할 수 있겠어요? 설령 뭔가를 한다 해도 큰 그림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할 거예요.” 말을 마친 이소영이 문을 열고 나갔다. 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이정희는 후회와 괴로움이 섞인 얼굴로 서재에 혼자 남겨졌다. 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