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96화
정현진의 말을 듣고 황태준은 웃음을 터뜨렸다.
“처음에 나도 꽤 놀랐어.”
황태준은 생각에 잠긴 정현진을 바라보며 천천히 말했다.
“하지만 사람 마음이란 게 가장 예측하기 어렵잖아. 틀린 것도 인지상정이지. 게다가 네가 상대하는 사람은 이진기야, 이진기가 그렇게 다루기 쉬운 사람이라면, 나 같은 여든 넘은 늙은이가 이진기 손에서 놀아날 일도 없었겠지.”
정현진은 고개를 숙이며 조용히 말했다.
“그건 이진기가 약간의 편법을 썼기 때문이에요. 곽천영을 이용해 태준 어르신을 압박했으니, 어르신이 손해를 본 것이라고 할 수는 없죠. 반대로, 태준 어르신이 C상업을 끌어들인 전략은 이진기에게 적지 않은 손해를 입혔어요. 그래서 승패로 본다면, 태준 어르신이 한 수 위입니다.”
“날 칭찬하는 건 그만둬.”
황태준이 정현진을 힐끗 쳐다보며 말했다.
“내가 그 아이를 골탕 먹이려고 계획을 세웠을 때부터, 나는 이미 걔보다 못한 거다.
나랑 이진기 그 녀석이 나이 차이가 그렇게 큰데 내가 그런 어린 애 하나 이기지 못해 골탕 먹인 것 자체가 이미 진 거야.”
그러자 정현진이 공손하게 대답했다.
“옛날부터 승패로 영웅을 가리는 법이죠, 나이로 영웅을 가리진 않았어요.”
“하하.”
황태준은 웃음을 터뜨렸다.
“됐어, 됐어. 이제 이 일은 네가 전적으로 맡아 처리해. 앞으로 이진기가 움직일 거야. 그때 내가 나서야 할 일이 생기면, 네가 대신 나서도록 해.”
정현진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잠시 망설인 뒤 물었다.
“태준 어르신, 그럼 우리는…….”
정현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황태준은 그의 의도를 이해했다.
황태준은 긴 한숨을 쉬며 말했다.
“아이야, 나는 격변의 시대를 겪은 사람이야. 우리나라가 외국에 괴롭힘을 당하는 걸 직접 봤지. 지금은 괜찮지만, 50년, 60년 전만 해도 외국인들은 우리를 정말 경멸했어. 그리고 너, 내가 널 입양했을 때 넌 이미 열 살이었어. 내가 보지 못한 그 10년은 이 나라가 널 키워준 거야. 그러니 너무 많은 생각은 하지 마. 도울 수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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