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화

이진기를 발견한 그녀는 깜짝 놀랐지만 차츰 정신을 차렸다. 다른 사람의 신분을 도용하고 연회장에 참석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의 신분으로 절대 이런 고급 연회장에 들어오지 못한다. 하윤정은 콧방귀를 뀌며 이진기에게 다가갔다. 그녀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장기현과 이진기의 대화를 끊어버렸다. “어머, 이진기. 네가 이런 곳에도 다닐 줄 몰랐네!” 그녀의 말 한마디에 모든 사람들이 그녀를 쳐다보았다. 장시현은 미간을 찌푸리고 이진기를 쳐다보았다. 이진기는 무표정으로 자리에 가만히 앉아있었다. “우아한척하지 마!” 하윤정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가난뱅이 주제에 어디서 고상한 척을 하고 있어.” “제 말 좀 들어보세요 여러분, 이 남자가 바로 돈 많은 여자의 바짓가랭이를 붙잡고 이 자리에 온 사람이에요. 사장님들 이 거지새끼에게 속지 마세요.” 하윤정은 이진기를 싸늘하게 쳐다보았다. 그녀는 이진기가 김나희에게 스폰을 받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 생각만 하면 그녀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녀는 이진기의 얼굴에서 당황함과 무능력함을 보고 싶었다. “이진기, 네 꼴을 좀 봐. 네가 이곳과 어울린다고 생각해?” 이진기는 묵묵히 하윤정의 더러운 얼굴을 쳐다보았다. “난 없고 너희들은 있어?” 하윤정은 입을 삐죽거리며 말했다. “나는 당연히 자격이 주어졌지. 나는 양요한 사장님이 직접 데리고 왔어. 너는? 스폰서 하나 잘 잡았다고 네가 잘 난 것 같아? 넌 남자의 자존심마저도 없는 사람이야!” “이진기, 슈트 하나 빌려 입었다고 네가 잘난 것 같아?” 날카로운 하윤정의 말투에는 이진기에 대한 비아냥 거림이 섞였다. 이진기는 그런 하윤정의 말에 부끄러운 감정을 느끼지 못했다. 이진기에게 하윤정을 아무리 죽여도 사라지지 않는 날파리 같은 존재였다. 그녀의 말에 대꾸를 하는 시간조차 아까웠다. 그때, 한 중년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윤정아 무슨 일이야?” 양요한이 그녀에게 다가와 물었다. 양요한을 본 사람들이 그에게 먼저 다다가 인사를 건넸다. 장기현마저 이진기에 눈짓을 하며 먼저 인사를 건네라고 했다. 양요한은 주식시장의 거물로 누구도 그에게 실수를 하고 싶어 하지 않았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반가운 사람을 만났어요.” 자신의 든든한 지원군이 도착하자 하윤정은 우쭐거리며 이진기를 노려보았다. “이 사람 사실 거지에요. 스폰서를 잘 잡아서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거라고요. 저는 사장님들도 이 사람에게 사기를 당할까봐 이 사람의 신분을 밝히러 왔어요.” 이진기가 하윤정을 보며 말했다. “그래, 나는 다른 사람이 이곳에 데려온 사람이야. 그러는 넌? 무슨 자격으로 참석했는데?” 하윤정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네가 뭔데 나와 비겨? 나는 양요한, 양 대표와 함께 왔어.” 양요한, 이진기는 그 이름이 낯설지 않았다. 이 구역에서 제일 대단한 주식의 신. 본금 35만 원으로 주식 시장에 뛰어든 그는 몇 년 사이에 36억 원을 벌여 들었다. 그리고 양심 투자 증권을 설립했다. 제일 먼저 창립된 금용 기업이었다. 그의 기억으로 양요한은 이번 년, 투자에 실패를 할 것이다. 투자자들도 자신감을 잃고 양요한에게 투자한 자금을 철수하며 그가 투자한 철태 실업이 주가 시장에서 퇴출하게 되었다. 양요한은 모든 돈을 잃고 불법자금으로 실형 14년을 받을 것이다. 그는 최종 옥중에서 자살을 하고 만다. 이진기는 그의 주식투자에만 인상이 깊게 남은 것이 아니라, 이 늙은이에게 색마가 꼈다는 사실도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에게 같이 사는 애인만 20명이 넘다고 했다. “양 대표가 데려온 사람이면 다 대단한 사람인 거야? 너는 나보다 어디가 잘났는데?” 이진기가 물었다. 그의 말을 들은 하윤정은 이진기에게 삿대질을 하며 소리를 질렀다. “너 지금 대체 뭐라고 떠드는 거야? 양 대표가 진짜 대단한 사람이지. 양 대표님과 함께 이 자리에 참석하게 돼서 난 영광이야. 너 같은 페물과는 달라. 스폰을 받고 있는 사람이 할 말이야?” “감히 양 대표에게 이런 무례를 범하다니. 이진기. 너 진짜 미쳤어. 너 같은 놈 양 대표 손가락 하나면 죽일 수도 있어.” “그만해.” 양요한은 이진기를 힐긋 거리며 말했다. “젊은 사람이 아직 서툴러서 그래. 밖에선 몸을 낮추고 많이 듣는 습관을 길러. 어떤 사람은 네가 함부로 대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됐어. 여긴 네가 함부로 올 곳이 아니야. 두 발로 걸어서 나가. 보안요원을 부르기 전에.” 하윤정은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이진기를 보며 말했다. “들었지. 빨리 안 꺼져?” “양 대표님, 제가 데려온 사람....” 장기현의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자신이 데려온 이진기가 쫓겨나면 이진기에게 너무 미안한 행동이었다. “장기현, 네 친구야?” 양요한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네. 제 동생이에요. 얼마 전, 녹두 코인에서 큰돈을 벌었어요.” 장기현이 이진기를 대신해 말했다. 그의 말을 들은 양요한은 깜짝 놀랐다. 금융권에서 주식 이외에 선물도 필수로 하는 항목이다. 얼마 전, 녹두 코인의 가격이 폭등해 많은 사람들이 하루아침에 재벌이 되었고 파산이 되었다. 그도 녹두 코인에 투자를 했지만 방향을 잃어 실패를 하고 말았다. 그의 눈앞에 있는 젊은이가 소문만 무성한 투자 성공자라고? 하지만.... 그게 뭐? 몇 십억의 돈도 양요한의 눈에는 운수 놀음일 뿐이었다. “그래, 주식의 신.” 양요한이 그를 비웃으며 말했다. “능력 좋은 젊은이들이 너무 많아. 우리 같은 늙은이들은 이제 물러나야겠어.” 말은 이진기를 칭찬하는 것이지만 말 안에는 적개심과 경멸로 가득 찼다. 그의 말을 들은 옆 사람의 눈빛이 뜨겁게 타올랐다. 양요한은 세계가 인정한 주식의 신이다. 그는 이진기의 주식의 신 청호가 반갑지 않았다. 이진기가 그의 말에 어떻게 대답을 할 건지 궁금했다. “과찬이십니다. 대표님.” 이진기는 예의상 대답만 했다. 그는 양요한이 하윤정의 든든한 지원군으로 하는 말인 것을 알고 말했다. “주식시장에서 나이는 보지 않죠. 나이 많은 사람들이 큰돈을 번다면 양로원에 있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이야말로 진정한 주식의 신이죠.” 양요한은 눈을 가늘게 떴다. 그는 이진기를 노려보며 말했다. “나에게 이렇게 말을 하는 사람 너무 오랜만이야!” “양 대표님, 제가 많이 존경합니다.” 이진기가 말했다. “그러나 양 대표님의 곁에 있는 여자. 제가 잘 알죠. 저와 몇 년을 만난 사람이에요.” 분위기가 순식간에 가라앉았다. 이기진의 대담함에 탄복한 사람도 있고 주제넘게 굴었다고 비웃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누구를 막론하고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 사람은 없었다. 이진기는 감히 양대표의 앞에서 그가 자신이 놀다 남은 여자를 노는 사람 취급을 했다. 진짜 죽고 싶어 환장한 사람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