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장
"하하하, 은설아, 너 이천후란 그 병신과 이혼했다니, 정말 축하해. 돌아오자마자 이렇게 좋은 소식을 들을 줄이야..."
정장 치마에 검은 색 스타킹을 입은 미녀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녀의 이름은 노미연, 임은설의 사촌언니이자 은설 제약의 부사장이었다.
임은설이 성공한 후부터 노미연은 유미옥에 의해 회사로 들어와 임은설의 조수가 되었다.
"언니, 사실은..."
임은설은 노미연에게 속마음을 털어놓고 싶었다.
그러나 다음 날, 자신이 한 말이 유미옥의 귀에 들어갈 수 있단 것을 생각하니, 임은설은 포기했다.
노미연은 임은설의 어깨를 두드렸다.
"은설아, 내 말만 들어. 예전부터 내가 줄곧 너희들 이혼시키려고 했잖아. 그 병신은 널 힘들게 할 뿐이야. 그런 걸림돌만 없으면 넌 더 높은 것으로 올라갈 수 있어."
임은설의 얼굴에 마침내 웃음이 나타났다. 이것이야말로 그녀가 가장 듣고 싶은 말이었다.
그녀는 지금 이천후에게 자신이 더욱 성공할 것이란 것을 증명하고 싶을 뿐이었다.
"참, 언니, 이번에 나성에 간 일은 어떻게 됐어?"
임은설이 물었다.
"하하, 엄청 순조로웠어."
노미연은 의기양양하게 웃었다.
"우리가 은설 제약에서 왔단 걸 듣자마자 크고 작은 제약회사들이 우르르 몰려왔어. 예전에 우리를 거절했던 인천 제약조차도 고개를 숙였다니깐."
"아예 허리를 굽실거리며 우리와의 합작을 애원했어. .물론 가장 기대되는 것은 한씨 가문과의 합작이지, 우리 회사는 이미 합작 의향 명단에 들어갔어. 오늘 저녁 바로 결과가 나올 거야. 만약 용진 그룹과 합작만 할 수 있다면, 이야... 운해 전체가 우리의 천하로 될 거야!"
"무슨 얘기 하고 있었어요?"
왕하중이 다가와서 초청장 세 장을 꺼내며 미소를 지었다.
"나 용진 그룹의 연회 초청장을 구해왔는데. 한 사람에 한 장."
"용진 그룹의 연회요?"
노미연은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나도 들은 적 있어요. 한씨 가문의 그 큰 아가씨가 주최했는데, 전 한국의 명사들을 초청했다고. 아무튼 엄청난 연회라, 웬만한 부자들조차 들어갈 수 없어요."
"하중 도련님 정말 너무 대단하네요, 뜻밖에도 초청장 세 장을 얻었다니!"
"허허."
왕하중은 담담하게 웃었다.
"식은 죽 먹기인 걸요. 주로 은설 씨를 돕고 싶었어요."
"은설 제약이 용진 그룹의 합작 의향 명단에 올랐다고 들었거든요. 그래서 기회를 봐서 은설 씨가 그들 앞에 나타나 은설 제약을 어필한다면, 입선할 기회가 더욱 커질 거예요."
"어머, 어머, 너무 감동이라 나 울 것 같아."
노미연은 왕하중의 말에 눈에서 빛이 났다.
"은설아, 하중 도련님 너한테 너무 잘해 주는 것 같아. 널 엄청 배려하고 있는 데다 또 이렇게 실력이 있으니 이천후 그 병신보다 훨씬 낫지 않아? 나라면 망설임 없이 하중 도련님에게 시집갔을 거야."
임은설도 흐뭇해하며 방긋 웃었다.
“하중 씨, 고마워요."
그녀의 웃음은 아름답기 그지없었고, 왕하중은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심지어 당장이라도 임은설을 덮치고 싶은 충동까지 생겼다.
"은설아, 우리 회사는 실력이 강한 데다 청폐지해 드링크란 히든카드까지 있으니 우리를 상대할 수 있는 회사 하나도 없을 거야. 게다가 도련님의 도움을 받은 이상, 우리 회사는 틀림없이 뽑힐 거야."
노미연은 자신감이 넘쳤다.
"나도 자신 있어!"
임은설의 웃음은 갈수록 짙어졌다.
‘지금 모든 일이 좋은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으니 모든 나쁜 일과 사람들은 모두 잊어버려야 해. 이천후 씨까지 포함해서.’
"이번 연회에 한아연 아가씨도 참석한다고 들었는데, 그녀를 만날 수 있을지도 몰라."
"나도 정말 한아연 아가씨를 한 번 만나고 싶어."
임은설은 엄청난 기대를 하고 있었다. 한아연은 상업계의 여왕이자 전설이었고 또한 임은설의 롤 모텔이기도 했다.
잠시 후, 그들은 차를 타고 도운 빌딩에 도착했는데, 연회는 바로 이곳에서 개최될 것이다.
임은설은 차에서 내렸다. 그녀는 새하얀 이브닝드레스로 갈아입었고, 늘씬한 몸매에 가녀린 목을 더하니, 마치 우아하고 아름다운 백조와 같았다.
"와, 정말 예쁜데, 절색 미인이 다름없어!"
"이 사람이 바로 최근에 잘나가고 있는 은설 제약의 대표 임은설이잖아. 겉모습이 꽃처럼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떠오르는 상업계의 샛별이기도 해. 지금 자산은 이미 1600억을 넘었다고!"
"용진 그룹 산하의 스타 제약이 이번에 은설 제약과 합작하기로 했다던데. 임은설은 이미 비즈니스 잡지의 표지모델로 인기가 한창이야!"
뜨거운 시선들과 감탄에, 노미연은 의기양양해지더니 자랑스럽게 머리를 치켜세웠다.
그러나 임은설은 다른 사람의 칭찬을 돌볼 겨를이 없었고, 시선은 오히려 길가에 나타난 한 그림자에 떨어졌다.
그 사람은 뜻밖에도 이천후였는데, 그는 지금 한 고급차 옆에 서 있었다.
이천후를 본 임은설은 냉정할 수가 없었고, 잠시 생각하다 여전히 앞으로 나아갔다.
이천후는 콧대가 우뚝 솟아 있는데다 옆모습은 마치 조각상처럼 날카롭고 매서운 라인을 그려냈다.
임은설은 문득 이천후가 좀 낯설다는 느낌이 들었다. 예전의 남자는 부드럽기 그지없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싸늘하고 도도했다.
"천후 씨가 왜 여기에 있는 거죠?"
임은설이 소리를 냈다.
이천후는 고개를 돌려 그녀를 보더니 조금도 놀라지 않았다.
"아, 임 사장이군. 내가 왜 여기에 나타났는지는 당신이 걱정해야 할 문제가 아닐 텐데."
이천후는 담담하게 말했다.
임은설도 이천후의 태도를 신견 쓰지 않고 앞에 있는 호화로운 건물을 가리켰다.
"난 한씨 가문이 개최한 연회에 참가하러 왔어요. 은설 제약은 지금 좋은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고요. 이변이 없는 한, 오늘 밤 용진 그룹과 계약을 할 수 있을 거예요."
"축하해."
이천후는 담담하게 웃었다.
이천후의 대답은 임은설의 예상을 조금 벗어났다. 그녀는 남자가 괴로워하고 슬퍼하며 심지어 자신과 재혼하자고 애원할 줄 알았다. 임은설은 그런 대답을 원했지만, 이천후는 오히려 그럴 마음이 없는 것 같았다.
"누군가 했는데, 우리 은설의 그 병신 남편 아니야? 아니다, 병신 전 남편."
노미연의 비꼬는 말소리가 울리더니, 그녀는 왕하중과 함께 걸어왔다.
"예전에 내가 그렇게 우리 은설과 이혼하라고 했는데, 자신의 주제를 모르더니. 이제 집안에서 쫓겨나니까 많이 당황했을 거 아니야. 이럴 줄 알았으면 애초에 그냥 돈 받고 꺼지지 그랬어?"
이천후는 참지 못하고 웃었다.
"내가 당황했다고요?"
"흥! 입만 살아서. 도운 빌딩처럼 이렇게 고급스러운 곳에, 너 같은 병신이 발을 디딜 수 있다고 생각해?"
노미연은 비웃었다.
"당신들은 또 뭐하러 왔죠?"
이천후는 담담하게 말했다.
"우리야 당연히 용진 그룹이 주최한 연회에 참가하러 왔지."
노미연은 손에 있는 초청장을 높이 들어올렸다.
"네 눈 크게 뜨고 잘 봐. 이건 한씨 가문이 보낸 초청장인데, 운해에서 신분과 지위가 있는 사람만이 가질 수 있다고!"
"너 같은 병신은 한 번 본 걸로 영광인 줄 알아!"
"은설아, 너도 빨리 네 초청장을 꺼내서 이 병신에게 보여줘!"
임은설은 자신의 초청장을 꺼내 이천후의 눈앞에서 흔들었다.
"천후 씨, 초청장 없이는 들어갈 수 없으니까 당신 만약 들어가고 싶다면 나랑 같이 들어가요."
"그럴 필요 없어요."
이때 고급차 문이 열리더니 한아연이 내려왔다.
여왕처럼 강한 카리스마와 빼어난 미모에 현장에 있던 몇몇 사람들은 순간 숨이 멎었다.
임은설조차도 어안이 벙벙해졌다.
“초청장이라 했나요? 우리도 있는데.”'
한아연은 차에서 초청장 한 무더기를 꺼냈고, 뜻밖에도 수백 장이 넘었다. 그녀는 그 모든 것을 이천후의 품속에 넣었다.
"다 줄게요."
"한 장이면 충분한데."
이천후는 한 장을 뽑은 다음, 아무렇지 않게 나머지 초청장을 옆의 쓰레기통에 버렸다.